청와대 비서실 조기개편설이 파다하다. 이르면 이달 중순 이전에 대폭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위정자들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현실감 없는 이상론만을 앞세우는 권부 핵심의 기능만으로는 온 국민을 피로와 고통 속으로 몰아넣을 뿐이라는 사실을 절감했기를 바란다. 민초들을 계속 ‘희망 고문’의 늪에 빠져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실용주의 정책 마인드가 시급한 시점이다.

소화도 잘되지 않는 산해진미들을 밥상 위에 잔뜩 올려놓고, 국민으로 하여금 거듭 배탈만 도지게 만드는 정치를 하고 있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은 공감의 폭이 넓다. ‘최저임금 폭증’과 ‘탈원전’ 정책 등 방향은 그르지 않지만, 도무지 소화를 시키지 못해 응급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민경제가 말이 아닌 상황이다.

현재 청와대 비서실은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이임사에서 “경제에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고 한 말이 사사하듯이 주요 정책이 이념과 정치로 얼룩진 게 사실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내각도 집권당도 도무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 구조는 곧 제왕적 대통령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탄식으로 이어진다. 적폐청산 명분으로 사정(司正)의 칼날을 휘둘러온 청와대에 대한 공포의 발로일 것이다. 용하게도 진보 아군 진영에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칼날이 내각과 집권당의 이면에 수상한 묵계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여권 인사들에 대한 비리 첩보가 묵살됐다는 전 특감반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속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비법이 보인다.

이참에 청와대의 구성 자체에 대한 검토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비대한 청와대 규모가 국정 모든 것을 시시콜콜 관장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폐습을 이어받는 원인일 수 있다. ‘3실장, 12수석, 49비서관 체제’에 무려 486명으로 미국 백악관보다 100명가량 많은 구조다.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들에게 매사 일일이 간섭의 촉수를 드리워놓고 있으니 장·차관들마저 할 일이 없어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더욱 한심하다. 지난날 야당 시절 그렇게도 집요하던 견제본능은 어디로 갔는지 용비어천가만 불러댄다. 초라한 박수부대로 전락한 여당의 모습은 정권의 실패를 잉태했던 예전 새누리당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청와대에 실용주의로 무장한 전문가들이 투입돼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무능한 이념 중독자들부터 모두 퇴출해야 마땅하다. 실용주의 수혈이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서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