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 앞으로 다가온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조기과열 되면서 전국 농민들의 눈과 귀가 선거에 쏠리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지난해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이어 ‘제2의 지방선거’로 불리고 있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시장이나 군수에 준하는 영향력이 있는 데다 지역마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농협의 네트워크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내달 26·27일 후 보자등록신청 접수
28일부터 14일간 선거운동 본격화
농협 148곳·수협 9곳·산림조합 23곳
경북지역 총 180곳으로 ‘전국 최다’
금품 향응·문자 제공 등 근절
선관위·검찰 등 계도·단속활동 집중
무자격 조합원 배당금 부당지급 등 
불투명한 운영 관리체계 개선 시급
농협중앙회 개혁 발판으로 삼아야

제2회 조합장선거에 입후보할 사람은 지난해 9월 21일부터 선거일 당일까지 기부행위 제한이 적용되고 있다. 오는 2월 21일 선거일공고, 같은 달 22일부터 26일까지 선거인명부 작성, 26일부터 27일까지 후보자등록신청을 받는다. 이후 28일부터 선거일까지 14일간 선거운동에 돌입, 3월 3일 선거인명부가 확정된다.

선거관리 대상 조합 총수는 1회 선거보다 18곳이 늘어난 1천344곳(농·축협 1천114곳, 수협 90곳, 산림조합 140곳)이다. 선거인 수는 지난해보다(229만여 명) 약 38만여명 늘어난 267만여명이다. 경북지역이 농협 148곳, 수협 9곳, 산림조합 23곳 등 총 180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예상 선거인수 만해도 약 4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2015년 치러진 제1회 선거와 달리 ‘돈 선거’가 사라질 수 있느냐다. 1회 선거 당시 ‘돈 선거’는 여전했고 무자격조합원 문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에 막힌 정책선거 실종으로 인한 ‘깜깜히 선거’ 등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국 1천326곳의 조합(농협 1천115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에서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는 모두 3천523명이 입후보해 평균 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투표는 229만7천여 명의 조합원 중 184만3천여 명이 참여해 80.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조합장 선거 투표율은 공직선거 때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근 10년간(2005∼2014년)의 평균 투표율 78.4%보다 높다.

선거 결과, 1천19개 조합 가운데 517개 조합에서 새로운 조합장이 당선됐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원 출신이 259명 당선됐고, 좋은농협운동 참여 후보 중 75명이 선출됐다. 조합장 교체율은 46.6%였다. 농협의 변화를 바라는 농민들의 여망이 반영됐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탁선거법으로 인해 2015년 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는 과거 농협법에서 허용하던 후보자 연설회나 공개토론회 등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일체 금지됐기 때문이다.

선관위와 검찰 등 당국의 계도와 단속으로 ‘돈 선거’의 개선기미는 어느 정도 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부정 선거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금품, 음식물 제공행위가 345건으로 가장 많아 40.1%였고,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불법행위 145건으로 16.9%, 불법인쇄물 배부 행위는 111건으로 12.9%였다. 경북도선관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도내 조합장 재·보궐선거는 총 19건으로 당선무효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직이 8건, 피선거권 상실 1건 순이다.

대검찰청은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2015년 9월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선거사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선거사범 총 1천334명을 입건, 그중 당선자 157명(구속 19명)을 포함 총 847명을 기소하고, 이 중 81명을 구속했다. 유형별로는 금품선거사범이 가장 많은 748명(56.1%)이었다. 흑색선전사범 191명(14.3%), 사전선거운동 사범 169명(12.7%), 기타 부정선거운동사범이 226명(16.9%) 등이다. 다만, 앞서 2009∼2010년 1천53곳의 조합에서 시행한 선거에서의 금품선거사범 입건자수(1천650명)보다 1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구속 비율은 5.5%, 흑색선전 비율은 11.7%나 증가했다. 농협은 과거에 비해 선거법 위반 사례가 이전보다 확연히 줄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농업계에선 농협이 공명선거에 앞장섰다고 홍보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역의 한 농민은 “지금의 조합장선거 방식은 신인 조합장 예비후보들에게는 매우 불리하고 현직 조합장에겐 유리한 조항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5억을 쓰면 당선되고 3억을 쓰면 떨어진다는 ‘5당3락’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한쪽이 불리한 상황에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며 “하지만 칼자루는 조합원들에게 있다. 변화를 반영해 참다운 지도자를 선출할지, 또는 50만원, 30만원 받고 찍어 줄지 현명한 판단과 선택은 조합원에게 있다”고 당부했다.

농협중앙회는 1회 선거의 당선 조합장 가운데 신인이 46.6%이고, 현 조합장은 53.4%라는 점을 들어 ‘깜깜이 선거’로 현직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결과를 자세히 뜯어보면 농협의 설명과는 다르다.

단순히 현직 조합장 당선 비율을 보면 53.4%지만, 입후보한 조합장이 당선된 비율, 즉 재선율은 63.8%에 달한다. 현직이 압도적이다. 총 1천115개 농협에서 무투표 포함 936명의 현직 조합장(84%)이 입후보, 597개 조합에서 현직이 당선됐다. 나머지 179곳은 현직 조합장이 출마 자체를 하지 않았거나 포기한 조합이다. 농협은 이곳까지 현직 조합장 비율에 적용했기 때문에 53.4%란 수치가 나온 것이다.

당선자 중 현 조합장 53.4%에 전 조합장 4.7%, 조합 직원 16.9%를 더하면 75%나 된다. 나머지 25%는 이사(11.6%) 감사(4.9%), 대의원(0.8%), 농경인(1.9%), 공무원(0.7%), 지방의원(2.1%) 독농가 기타(3.1%) 등의 경력으로 나온다.

현직 조합장이 신인보다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17년 미래정책연구 제7권 2호에 실린 ‘선거운동이 극도로 제약된 상황에서도 현직 효과는 나타나는가? 제1차 전국동시농협조합장선거의 당선요인 분석(전재현, 장민수, 김준석)’에 따르면 현직자의 당선 가능성은 49.9%로 50%에 육박한다. 반면 현직 조합장이 아닌 후보자의 경우 당선 확률이 약 26.75% 수준까지 떨어진다. 또 재임 경력에 따라 조합장 경력이 없으면 당선 가능성 30%, 1회 재임 경력 후보는 당선 가능성 37.3%, 2회 재임 시 44.76%, 3회 52.69%, 4회 60.49%, 5회 67.79%, 6회 74.32%까지 높아진다.

위탁선거법의 법률 개정이 사실상 불투명해져 제2회 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현직 조합장의 프리미엄 효과는 올라가는 반면 신인의 장벽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에 나눠준 상호금융특별회계 예치금 이자 3천억원이 내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용으로 쓰일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무능한 조합장들도 경영이 유능한 조합장으로 포장될 수 있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호금융특별회계 예치금이자 추가정산은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에서 받은 상환준비예수금 및 정기예치금에 대한 이자의 성격으로 농협중앙회 상호금융특별회계의 결산 결과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돈이 지난해 사업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아 회계 회기를 넘겨 올해 1월 경영성과에 잡거나 성과급 등으로 지출될 경우 현 조합장의 치적 과시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신인 조합장 출마 예정자들의 시름을 더욱더 깊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자격 조합원 문제로 인한 선거 무효소송 후폭풍, 위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 제한에 따른 ‘깜깜이 선거’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음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선관위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이고 농업계까지 한목소리로 우려한다. 1회 선거 이후 무자격조합원 문제로 인한 무효소송이 30여 건에 달했다.

조합원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농사를 짓거나, 가축을 키우거나, 일정 기간 어업에 종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못 갖추었거나 상실했는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으로 등록된 경우가 있다. 이들이 무자격 조합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차례 무자격 조합원 정리를 추진했으나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좁은 지역사회의 복잡한 인맥 관계와 지역조합의 구조적 문제 등도 원인이지만, 일부 조합장들이 무자격 조합원을 감싸고 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이 있다. 즉 조합원에 제공되는 각종 혜택(저금리의 대출, 고금리 비과세 저축 가입, 해외여행 지원, 명절 선물 등)을 무자격 조합원이 챙기는 것을 조합장이 묵인하고, 대신 선거 때 ‘표’를 얻는 공생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정리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안동봉화축협 무자격조합원 불공정 정리 바상대책위원회(이하 비상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백 명의 무자격 조합원들에게 수년간 수억 원의 배당금과 상품권을 부당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조합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비상대책위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무자격조합원 426명 가운데 절반인 213명만 정리했고 나머지 200여 명의 무자격조합원이 지금까지 조합원으로 남아있다”면서 “이들에게는 수년간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배당금과 상품권이 부당하게 지급해 안동봉화축협에 재산상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동봉화축협 관계자는 “2004년 이사회에서 무자격자 기준 1년은 너무 짧고, 이럴 경우 조합운영상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3년으로 늘렸다”며 “지금까지 이의제기가 없어 관례로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의가 제기된 만큼 나머지 213명 가운데 1년 미만 축산업 미종사자 80여 명을 제외한 130여 명은 다음 이사회 때 절차를 밟아 정리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제2회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실태조사, 무자격조합원 정비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지역농협 입장에선 조합원 수가 줄면 당연히 운영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정비를 최대한 회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현실을 고려해 무자격조합원 정리를 위한 강력한 지도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는 무자격조합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명예조합원’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은퇴농이라도 만 70세 이상이거나 조합 가입기간이 20년을 넘는 등 지역농협 정관이 정한 기준에 부합한다면 준조합원의 하나인 명예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제도는 각 농·축협이 정관 개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조합장은 지역에서 농협을 대표하며 업무를 집행하고, 이사회와 총회의 의장이다. 직원의 임면권까지 갖고 있으니 조합에서 가장 막강하고 중요한 자리다. 또 조합장들이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만큼 새로운 조합장을 뽑는 ‘제2회 동시선거’를 농협중앙회 개혁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농업계 안팎에서 거세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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