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입과 발 묶은 위탁선거법
선거운동 제한 등 현직에만 유리
선거일 전에 개정안 통과 미지수
정책선거 대신 혼탁 가능성 우려

“위탁선거법의 허점이 깜깜이 선거의 출발점이다”

오는 3월 13일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탈법·혼탁에다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과 발은 풀고 돈과 흑색선전은 묶겠다는 위탁선거법이 허점을 드러내면서 조합장 선거가 정책선거로 치러질수 없도록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기사 6면>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총 38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해 6건은 고발하고 1건은 수사 의뢰, 31건은 경고 조치했다. 경북 도내에선 경주와 경산, 김천, 안동, 청도, 성주 등에서 담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거나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같은 과열 조짐은 공명선거를 꾀할 수 있는 ‘공공기관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안(위탁선거법)’이 지난달 9일 정기국회 마감일까지도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5년 첫 동시선거 이후 또 다시 ‘깜깜이 선거’로 치러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위탁선거법 개정안’은 후보자가 자신의 공약을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도록 하고 있으나 선거일 전에 통과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2011년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이후 2014년 4월 28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선거운동 방식을 정한 ‘위탁선거법’ 제정안을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농협법이나 공직선거법보다 비상식적으로 선거운동이 제한된 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졌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농민단체나 조합 대의원협의회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는 불가능하고, 조합의 대의원총회 시에도 후보자의 정견을 들을 수 없다. 입과 발이 묶여있는 셈이다. 공명선거와 정책선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현재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 김현권 민주당 의원, 김도읍·유재중·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위탁선거법 개정안 5건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김현권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는 후보자 외에 배우자(배우자가 없는 경우 후보자가 지정한 1명)의 선거 운동,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선거운동, 60일 전부터 예비후보자 도입, 조합 행사장에서 정견 발표 등을 가능하게 했다. 또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허용, 후보자 초청 대담 토론회 개최, 선거기간에 후보자는 조합원 구성원이 참석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승용 의원도 예비후보자 제도, 배우자 선거운동 허용, 인터넷 홈페이지 선거운동, 정책토론회 등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해양수산부 등도 2015년 선거 이후 그해 7월에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와 예비후보자 제도 신설 등 유권자의 알 권리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권고사항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조합장 선거는 일부 규칙이 개정되긴 했지만 큰 틀에서는 지난번 선거와 동일한 법안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선거가 깨끗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수 있도록 수시로 위탁선거 관련 법규를 안내하고, 단속·예찰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조합장들은 위탁선거법 개정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은 지난해 11월 29일 ‘위탁선거법’을 연내에 개정해달라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건의했다. 조합장들은 건의문에서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며 “위탁선거법에 따라 2015년 3월 11일 처음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당초 우려와 달리 과거보다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졌지만, 후보자의 선거운동 자유와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정기국회가 마감되면서 개정법률안이 행안위와 법사위 등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단 지난해 1월 19일 ‘공공기관 등 위탁선거에 관한 규칙’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선거운동기간 중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 운동과 전화 및 문자메시지를 통한 선거운동은 가능해졌다.

농민 A씨는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는 일반 조합장 선거에선 기존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뿐만 아니라 ‘돈 선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소한 조합원들에게 후보자의 정책과 정견을 듣고 비교 평가할 기회는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역설했다. /손병현기자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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