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기인 권달삼 이야기’
민속학자 박창원 지음·포항문화원 펴냄
역사·비매품

저자 박창원씨.
“권달삼은 돈이 없었다. 하도 가난해서 제사 모실 형편이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제삿날을 그냥 넘길 수도 없고 해서 고민하다가 돈 안 들이고 제사 모시는 방법을 그의 번뜩이는 머리로 떠올렸다. 지방을 하나 써서 흥해 시장으로 달려갔다. 먼저 과일전에 가서 사과와 배 앞에 지방을 붙여 놓고는 절을 한 다음에, 어물전으로 옮겨 조기 앞에 지방을 붙여 놓고는 절을 하는 방법으로 제사를 지냈다 한다”-‘포항의 기인 권달삼 이야기’중 ‘시장 바닥에서 지내는 제사’

포항에 살았던 전설적 인물 권달삼(1881∼1952)은 우리나라에서 기인으로 명성을 가진 봉이 김선달, 하원 정수동에 버금가는 포항지역의 해학자였다. 그는 임기응변으로 숱한 일화를 남겨 삶에 찌든 뭇사람들을 즐겁게 했다. 또 촌철살인의 독설과 풍자로 세상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생존해 있을 당시 이 지방에는 그의 재담과 유창한 화술로 인해 ‘산에는 산삼, 바다에는 해삼, 육지에는 달삼’이란 속설이 전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포항문화원이 최근 펴낸 ‘포항의 기인 권달삼 이야기’는 민속학자 박창원씨가 지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현지조사를 통해 17명의 제보자로부터 수집한 권달삼 이야기 55편을 실었다.

이 책은 1장 권달삼과 권달삼 이야기, 2장 풀어쓴 권달삼 이야기, 3장 권달삼 전설연구, 4장 포항말로 채록한 권달삼 이야기 등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권달삼과 권달삼 이야기를 대략 소개하고 있으며 2장은 대표적인 권달삼 이야기 중 40편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적었다. 3장은 권달삼 전설에 대한 연구 논문을 실었으며 4장은 1990년대에 제보자로부터 녹취한 자료 55편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몇 가지만 읽어 봐도 그의 일화 속에 담긴 해학과 재치에 저절로 미소짓게 된다. 특히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살이에 지친 우리들에게 봉이 김선달을 뺨치는듯한 그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권달삼 이야기 속에는 요즘 들을 수 없는 채록 당시의 포항 사투리들이 많이 섞여 있어 쏠쏠한 재미를 더해준다.

사투리라는 것이 시대가 변함에 따라 촌스럽고 품위 없는 말이라는 편견도 있지만 그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그대로 녹아있는 친근한 언어이기에 사투리 자료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박창원씨는 “최근 권달삼과 같은 기인으로 유명한 김선달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고, 정만서나 방학중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되거나 스토리텔링의 자료로 쓰이는데 비해 권달삼 이야기는 연구나 활용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아쉬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포항문화원에서 ‘일월문화’ 시리즈로 ‘권달삼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묶게 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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