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 꼬리표 부적절
전공정 기반 클러스터 구축 등
지역만의 생태계 재구축 시급

“‘철강메카’포항에 전공정(全工程)에 기반한 ‘철강클러스터’를 구축하자.”

포항 경제를 이끌어 온 철강산업은 최근 안팎에서 제기되는 ‘위기론’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강점인 철강금속소재를 이용하고 포항을 비롯한 환동해권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새로운 전방산업을 창출하는 도시로 철강산업 생태계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공약이기도 한 철강생태계 재구축은 관련 기관이 세부 실행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 본지가 전문가들의 취재를 통해 철강클러스터 재구축의 세부 방안과 필요한 조치들을 기획 취재했다. <관련기사 6면>

포항 철강클러스터 구축을 위해서는 최초 철을 생산하는 단계부터 가공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이 직접 구입하는 최종재까지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먼저 나왔다. 철강산업의 전방산업을 스스로 창출하고 관련 기업들을 유치하는 클러스터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시장 선도제품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조성한다면 물류비 절감, 동종산업 간 시너지창출 등 상당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포항은 지난 수년간 철강일변도 산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포항시는 바이오, 로봇, 신소재, 해양·에너지, ICT융복합 등을 미래전략 5대 핵심산업으로 설정하고 아시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과 산하 연구기관 등 뛰어난 연구인프라를 바탕으로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수년간의 노력에도 침체된 포항의 경기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조차 없다. 신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요소인 기초과학 경쟁력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 분야 특성상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만큼, 하루 아침에 대변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의 ‘가장(家長)’역할을 수행한 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의 쌀’ 철강산업이다. 철강산업은 1970년대 이후 국가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며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철강산업은 어느 순간부터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상대적으로 탄력성이 부족한 철강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강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점이 바로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9년 기준 27조4천728억원이었던 국내 1차 철강 제조업 출하액은 2005년 60조3천406억원, 2009년 81조3천802억원을 거쳐 2016년 81조6천907억원을 기록했다. 적어도 현상유지는 하고 있다는 의미다.

철강산업은 기본적으로 B2C(Business to Customer)가 아닌 B2B(Business to Business)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물품을 판매하지 않고 자동차, 조선 등을 생산하는 기업을 상대로 물품을 공급하다보니 무역분쟁, 환율변화, 외교관계 등 외부적인 요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철강 중심인 포항경제는 외풍에 의해 울고 웃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대로 갈수는 없다. 철강이라는 좋은 자원을 더욱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단순히 철강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예컨대 자전거, 요트, 휘그선 등 철제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전공정을 포항에 구축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각 공정과 관련된 기업들이 포항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은 “포항은 철강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경기변화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단순히 1차 철강소재의 강점을 살리면서 2·3차 가공과정을 거치며 완제품을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영역을 넓힌다면 전방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포항만의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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