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목소리 대변할 ‘든든한 허리’ 중진을 사수하라
대구·경북 목소리 대변할 ‘든든한 허리’ 중진을 사수하라
  • 박형남기자
  • 등록일 2019.01.01 19:58
  • 게재일 2019.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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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길목에 놓인 ‘보수의 심장’ TK

대구·경북(TK) 지역은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중심축을 형성해왔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5명이 TK에서 배출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숱한 정치 지도자가 TK의 포용과 담대함을 내세우며 한국정치를 이끌어왔다. TK는 한국 정치 1번지였고, 또 보수의 가치와 품격을 지켜온 보수의 심장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TK정치는 공(功) 대신 과(過)가 더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대한애국당,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등이 탄생했고, TK정치권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구속 등으로 인해 TK정치권은 한없이 위축됐다. 진보세력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한국 역사와 정치를 이끌어온 TK보수가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2019년은 TK정치권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TK가 사느냐, 죽느냐는 길목에 놓였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박 前 대통령 탄핵 직격탄에 최경환 구속까지

잇단 악재에 정치적 리더 소멸로 자생력 상실
중앙 정치권 계파갈등까지 휘말리면서 ‘흔들’

선거때마다 대대적 물갈이로 ‘초선 양성소’ 전락
다선의원 부족으로 당내 주요 요직 진출 어려워
지역·중앙정치 완충역할 해낼 중진 중요성 대두

다양한 전문가 발탁으로 인물 스펙트럼 넓혀야
전방위적 對與투쟁 기반 마련할 수 있어


 

4선주호영
전당대회 출마 채비… 당대표에 도전
5선 된다면 국회부의장도 노려볼 만

 

3선강석호
대여투쟁·보수대통합 물밑지원 기대
4선 성공땐 지역·중앙 완충 역할도

 

3선김광림
도지사 선거 등 패배 딛고 최고위원 도전
TK자존심 회복시킬 당내 지도부 입성 ‘관심’


△TK 정치권에 부는 TK위기론

야당이지만 TK지역 문제 해결의 중심축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자유한국당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TK 공략을 위해 TK특위를 구성하는 등 동진(東進)정책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TK특위는 TK예산 챙기기 등을 통해 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지역민들로부터 표를 얻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TK예산 패싱,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TK 한국당이 야성을 발휘하며 지역민들의 아픈 곳을 대신 긁어주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대 총선을 1년여 앞둔 TK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련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보수 지도자의 부재가 큰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최경환 의원이 구속되면서 사실상 정치적 리더가 소멸된 상황이다. TK의 대표로서 중앙정치에 자리매김하면서 지역을 대변하고, 그 힘을 토대로 지역과 중앙 정치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할 인물이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역 정치권은 힘이 빠져버렸고, 중앙정치권의 계파갈등에 휘말리면서 TK 존재감은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TK정치권은 ‘자유한국당 간판만 달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정치적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선거 때가 되면 가장 먼저 물갈이론에 휩싸이곤 했다. TK정치권이 중앙정치권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손쉽게 당선됐다는 ‘주홍글씨’ 때문이다. 여기에다 선거 때만 되면 제기되는 물갈이론으로 인해 중앙정치권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선 의원들이 부족한 것도 그 요인이다. 이는 TK에 대한 무차별적 물갈이가 낳은 불편한 진실이다.

실제 지난 20대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한 ‘배신의 정치 심판’, ‘진실한 사람’이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TK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번에 당협위원장에서 교체돼 당협위원장 공모 기회조차 박탈당한 정종섭(대구 동갑),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 등은 지난 공천 과정에서 진박 후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바 있다. 특히 박근혜 청와대는 특수활동비로 TK지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하면서 진박 인사들의 인지도를 올리는 데 공을 들였고, 당시 TK지역 다선 의원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TK중진들 마저도 직격탄을 맞았다.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TK물갈이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최경환(경산) 전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돼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특수활동비 여론조사 유용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김재원(상주·군위·청송·의성) 의원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김 의원은 한국당 인적쇄신 명단에 포함돼 향후 정치적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친박성향의 이완영(칠곡·성주·고령)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고, TK초선의원들도 친박으로부터 공천받거나 친박팔이를 통해 당선된 인사들이 대다수다. 이 때문에 ‘TK 초선=친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유능한 사람을 발탁하지 않고 자기 사람을 심으면 조직은 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를 구하기는커녕 정권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줄줄이 기용됐고, 수장으로 불리는 인사가 구속되면서 TK정치권은 자연스레 힘을 잃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승민(대구 동을),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까지 한국당을 탈당하면서 TK정치권은 더더욱 위기를 맞게 됐다”고 덧붙였다.

△허약한 TK… 선수별 피라미드형 인적구조 필요

이 여파로 인해 지금 TK 정치권의 모습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만 보더라도 TK정치권은 타 지역에 비해 크게 밀리는 형국이다. 더 나아가 당내에서도 TK입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TK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TK중진으로서 지역과 중앙정치의 가교역할을 하려했던 3선의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의 원내대표 좌절이 대표적이다. 강 의원은 TK 대표주자로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려고 했지만 비박계 단일화 과정에서 “수도권 출신이 해야 된다” 등 논리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또 정책위의장에 제안을 받은 TK재선 의원들은 3선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로 결국 정책위의장 자리를 고사했다.

이와 관련, TK지역의 한 의원은 “각 상임위 간사들이 재선인데, 같은 재선급의 정책위의장이 보고를 받는 모습은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며 원내대표 4선, 정책위의장은 3선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TK지역에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맡을 만한 선수있는 의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실제 선수를 보더라도 TK정치권은 상대적으로 초선이 많다. 중앙 무대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허리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TK 정치권을 가리켜 “초선 의원 양성소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고 그 결과로 초선 의원들이 양성되면서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사람이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으나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원내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제는 TK 정치권도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당 대표도 나오고, 당내 주요 요직을 꿰찰 수 있는 인물이 나와야 한다”며 “선수가 ‘깡패’인 국회에서 초선의원 양성소라는 오명을 계속 듣게 되면 TK 정치권은 미래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TK 정치권이 선수별로 피라미드형의 인적구조가 돼야 한다. TK지역에서 더 이상 싹쓸이 물갈이론이 나와선 안 된다”며 “특히 최경환, 김재원 의원 등이 자연스럽게 인적쇄신 물갈이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역과 중앙정치의 완충 역할을 할 중진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인물로는 4선의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 3선의 강석호·김광림(안동) 의원 등이 손꼽힌다.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중인 주 의원은 당대표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 의원이 5선에 성공할 경우 국회부의장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도지사·당내 선거에 패한 김광림 의원도 최고위원에 나서면서 TK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고, 강 의원은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대여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보수대통합을 위해 물밑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4선에 성공하면서 친박과 비박을 아우를 뿐 아니라 지역과 중앙정치의 완충 역할도 기대된다. 여기에 재선의 박명재(포항남·울릉), 윤재옥(대구 달서을), 김상훈(대구 서) 의원 등도 3선에 성공하면 정책위의장 등을 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유승민·조원진 의원이 보수대통합 차원에서 한국당에 들어온다면 이들의 역할도 기대할 만하다.



△고위공무원 출신 아닌 다양한 직종의 인재 영입 필요

이런 가운데 TK 정치권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TK지역은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몸담았던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출신을 보면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 TK정치권이 경직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역동적인 TK정치권이 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 출신이 아닌 다양한 직역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해 인물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TK정치권이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전방위적 대여투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과거 운동권 출신 인사들까지 발탁해 성공했던 신한국당 시절의 경험은 학습할 만하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더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며 남북관계, 적폐청산 등에 함몰돼 있을 때 TK지역은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일례로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 어떤 정책대안이 있는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역효과가 발생할 때 한국당은 어떤 안을 내놓을지 등을 밤을 새워가며 궁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선전과 선동을 일삼았던 진보세력이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세련된 진보로 탈바꿈한 것처럼 TK정치권도 과거와는 뭔가가 다르다는 인식을 지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보수 텃밭인 TK출신이라 안되고, TK라서 물갈이 해야한다는 당내 인식도 변화할 뿐만 아니라 TK정치권의 위상도 한층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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