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기류 진단

기해년 황금돼지해인 2019년, 한반도 평화기류는 어떻게 흐를까. 지난 해 11월 30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22곳이 파괴되고, 지난 달 26일 남북 철도연결 착공식이 열리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남북 합의는 착착 이행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한반도 평화기류에 힘을 더하고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이 해를 넘기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직 안갯속에 빠지면서 남북평화기류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리고 있다.

▶▶ 낙관론

작년 한해 남·북 36회 접촉… 남북군인 악수도
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북미 2차 정상회담 등
올해 북핵 해결 전환점·남북경협 본격화 예측

비관론 ◀◀

제재 해제 없는 북미회담, 북한은 관심없어
북, 비핵화 프로그램 없으면 전세계서 외면
남북평화, 파국 아니지만 지리한 ‘샅바싸움’ 예상

◇ 한반도 평화기류의 성과

2018년 한해동안 남북관계는 참으로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2018 한반도 평화의 봄’은 4월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의 1차 남북정상회담과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의 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됐다. 그 결실은 6월12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과 9월18일에서 20일까지 평양에서의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꼽히는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2018년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원년”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회견의 약속을 지켰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페이스북 계정에 작년과 올해를 수치로 비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실제로 2018년 한해동안 남북관계는 어느 때보다 크게 진전됐다. 지난 2017년에는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16회 전략적 도발을 감행했지만 2018년엔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2017년에는 한 번도 남북 간 접촉이 없었으나 2018년엔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해 36회 접촉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남북의 군인들이 만나 악수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이는 1년 전만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그러나 북·미가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전진하던 평화의 발걸음은 멈춰섰다.

◇남북·북미정상회담 향후 전망

2019년 새해,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기류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을 동시에 내놓고있다.

우선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이끌 가장 큰 동력인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가까운 시일 안에 열릴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국무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앞으로도 언제든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고 국제사회가 환영할 결과를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빅 이벤트가 이어졌던 2018년 못지 않게 새해에도 한반도 정세는 드라마틱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진전 정도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도 조심스럽지만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해 눈길을 끌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지난 연말 발간한 ‘한반도 정세: 2018년 평가와 2019년 전망’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남북, 북미 간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한반도 정세가 2018년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내년 북·미 간 협상을 통해 진전을 이뤄야 하는 수요와 한국의 적극적인 개입, 변화 발전을 위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2019년은 북핵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2020년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이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무리하는 해이기 때문에 북한 내부적으로도 2019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경제발전 의지가 확고하고,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을 이뤄야 한다는 점에서 2019년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게 연구소의 예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재선을 목표로 2020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과 북한이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북한전문가들은 또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실마리를 찾는 데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연초 이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낙관론에 힘이 실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부터는 일정한 ‘상응 조치’를 끌어내고, 북한으로부터는 ‘진정한 비핵화 담보 방안’을 유도하는 등 북미 양측의 접점을 찾기 위한 전략적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하고, 남북 정상이 또다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도 비핵화 대화를 이어가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전망은 올해 남북, 북·미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가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뒀고, 이를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에 바탕을 두고있다.

◇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엇갈린 해석

반면에 한반도 평화기류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도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며 제재와 압박으로 나가면 우리로서도 국가의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추가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미국에 대해 우선적인 상응 조치를 않고 제제와 압박으로 갈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을 꿰뚫은, 대표적 비관론자가 한국으로 탈북한 북한 공직자 가운데 가장 높은 서열의 직위를 역임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다. 태 전 공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올린 글에서 “북한이 추구하는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을 겨냥한 모든 핵 위협 제거”라면서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과 남의 영역(한반도) 안에서 뿐 아니라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위협, 즉 미국의 핵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조선반도의 비핵화’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어 “같은 날(20일)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시금석이란 주장도 내놨다”며 “제재의 부분적 해제가 없는 (북미) 정상회담에는 흥미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평론가이자 황태순TV 진행자로 잘 알려진 황태순씨도 2019년의 한반도 평화기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무산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지난 1년동안 문 정부가 벌였던 평화무드가 거짓이었다는 게 드러나는 분위기”라며 “당장 미국에 비핵화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으면 전세계 지도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제재완화와 비핵화가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북한에서 얘기하는 비핵화는 남조선에 미군 병력이 철수하고, 미국 핵우산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니 균형을 잃고 과속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해 남북평화기류 전망에 대해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지리한 샅바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반도 평화기류 확대를 위한 제언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은 뜨겁고 간절하다. 새해에도 한반도 평화기류를 확대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우선 보수야당과 시민사회 내에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

특히 지금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40%대로 하락하면서 보수야당과 시민단체의 평화정책에 대한 반대가 늘어나고 있다. 민족의 염원으로서 초당적으로 진행돼야 할 한반도 평화정책이 이념적 대결장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보수야당과 시민단체를 소외시키고,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여 온 데 따른 반작용이란 평가다.

보수야당과 초당적으로 평화정책을 추진하고, 한반도 평화정책의 결실을 같이 나누겠다는 결의와 함께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의 강경파를 포용·설득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해외의 지지기반을 더욱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강경보수세력 내에 인맥을 갖고 있는 보수야당과 시민단체, 특히 종교계 인사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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