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 호

축 처진 어깨로 소주 한 병 들고

어머니를 찾아갔더니

왜 이리 힘이 없노

뭔 일이 있지

아무 일도 없어요 어머니

말 안 해도 내 다 안다

머슴아가 일자리 좀 잃었다고

그까짓 일로….

어깨 좀 펴고

집에 가서 니 댁한테는

그런 모습 보이지 말아라

살다 보면 그런 일도 다 있는

거란다

어머니는 산소에 누워

아무 일도 아니라고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고

따뜻하게 내 어깨를 감싸 안는다

어머니의 자식 걱정, 자식 사랑은 시공을 초월하는 것이다. 실직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 앞에선 나이든 시인에게 어머니는 포근한 사랑의 말로 자식을 보듬어주며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하고 있음을 본다. 거룩한 본능이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