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새 각오·희망 담은 ‘네 글자’
새해 맞아 변화·소통 등 강조
사자성어로 비전·정책 제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무술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황금돼지띠의 해인 2019년 기해년을 맞아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맡은 관가에서는 장밋빛 희망과 의지를 담은 각오가 남다르다. 쏟아져 나오는 경북 자치단체장들의 신년 사자성어가 새해 비전과 정책 방향을 말해주고 있다.

먼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도정의 신년 사자성어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제시했다. 이 지사는 “신년화두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도민이라면 그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환골탈태는 완전히 변한 환경과 정서에 맞춰 우리도 모든 것이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신년화두를 설명했다. 이어 “일자리 부족, 저출생, 고령화로 지방소멸위기에 처한 암담한 현실에서 기존의 방식과 과거의 생각으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즉 변화만이 경북의 살길이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진 생채기를 치유 중인 포항시는 ‘동필유성’(動必有成)을 선택했다. 반드시 움직여야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역동적으로 행정을 펼쳐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포항시의회는 시민들의 아픔을 함께하며 소통을 통한 성숙한 의정 활동을 펼치겠다는 뜻을 녹여 ‘동주공제’(同舟共濟)로 화두를 결정했다.

경주시는 한마음으로 한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일심만능’(一心萬能)을 화두로 정하고 신년 의지를 다졌다.

안동시의 신년화두는 ‘생각을 모아 이익을 다한다’는 뜻의 ‘집사광익’(集思廣益)이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더 큰 효과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흩어진 민심을 모아 안동 성장의 추진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경산시는 ‘극세척도’(克世拓道), 상주시는 ‘우공이산’(遇公移山)을 택했다. 극세척도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뜻을 담고 있고, 우공이산은 직역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김’인데, 우직하게 한우물을 파는 사람이 큰 성과를 거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천시는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뜻의 ‘등고자비’(登高自卑)로 정했다.

칠곡군은 일의 마지막에도 처음과 같이 신중을 기하겠다는 ‘신종여시’(愼終如始)를,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마부정제’(馬不停蹄)를 신년화두로 정했다.

영덕군은 군민들과 더욱 소통하겠다는 의미로 ‘이청득심’(以聽得心)을, 청송군은 변화를 통해 발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유수불부’(流水不腐)를 꼽았다.

봉화는 ‘빛은 그 자리에 있지만 항상 새롭게 변한다’는 광휘일신(光輝日新), 예천군은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해불양수(海不讓水)를 제시했다.

울릉군은 ‘산을 만나면 길을 뚫는다’는 逢山開道(봉산개도)를 제시했다. 이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불굴의 의지를 뜻한다.

한편 올해는 국가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남북화해 분위기를 꽃피웠고, 정치권은 6·13 지선 이후 정계 재편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서민들 사이에서는 국내·외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취업난 등으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올해를 한 단어로 표현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비관적인 내용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냈다.

국내 유명 취업포털사이트가 진행한 ‘올 한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묻는 설문에서도 ‘말라 죽은 나무와 재처럼 의욕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고목사회(枯木死灰)’와 ‘걱정이 많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전전반측(輾轉反側)’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토로한 자영업자들은 ‘애만 쓰고 보람이 없다’는 ‘노이무공(勞而無功)’으로 한해를 표현했다.

전국 대학교수들은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뜻을 평안히 하겠다’는 뜻의 ‘허심평의(虛心平意)’와 ‘모든 일이 생각한 대로 이뤄진다’는 ‘만사형통(萬事亨通)’ 등으로 2018년을 보낸 사람들도 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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