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영, 영화 ‘언니’서 열연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

‘이시영’.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촬영에 들어가기 전 체중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8∼10㎏ 정도 체중을 확 늘렸다가 근육만 남기고 지방만 없애는 식으로 했는데 근육량만 4㎏ 정도 늘었어요. 그 이상은 쉽지 않더라고요.”

분명 여배우와의 인터뷰인데 마치 경기 출전을 앞두고 체중 조절에 들어간 운동선수를 마주한 듯하다. 인터뷰 자리에서 이런 문답이 오갈 수 있는 여배우는 이시영이 유일하다.

복싱 국가대표 선수를 지낸 이시영이 영화 ‘언니’로 새해 첫날 관객과 만난다.

2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시영은 본인의 체중 조절 비결을 술술 풀어냈다.

“복싱할 때 51㎏ 체급이면 58∼59㎏까지 만들어놓고 지방만 빼서 51㎏에 맞추는식으로 했어요. 운동할 때 경험이 있어서 조금 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몸을 만들었죠. 마치 시합 준비하는 것처럼 했어요.”

‘언니’의 기본 서사는 단순하다. 전직 경호원인 ‘인애’가 납치된 여동생 ‘은혜’를 찾기 위해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다는 스토리다. ‘인애’ 역을 맡은 이시영의 액션이 영화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시영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빨간 원피스에 하이힐을 신은 채 모든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인애의 옷차림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우선 액션 장면을 소화하기에 지나치게 불편했고, 전직 경호원인 인애가 굳이 ‘여성성을 강조하는 원피스를 입어야 하는가’라고 하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감독님하고 정말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솔직히 원피스에 힐을 신고서는 액션이 멋있게 나오지 않거든요. 그리고 왜 연약하고 얌전해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하는지의문이라고 이야기했죠. 감독님은 연약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여자가 악을 응징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원피스에 하이힐 차림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연약해 보이는 여성이 남성을 제압하는 장면에 설득력을 더하기로 했다. 이시영이 선택한 답은 주짓수였다.

“제가 아무리 복싱을 했다고 해도 여자가 남자를 제압해야 하잖아요. ‘저게 말이 돼’라고 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이 들었죠. 그래서 주짓수를 배웠어요. 관절 꺾기처럼 여자가 남자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이 다양한 운동이거든요.”

평소 체력 관리는 달리기 위주로 한다고 한다. 주로 한강 변을 달린다고. 운동하기 전에는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었지만, 오히려 운동하고 나서는 가리는 것 없이 마음 편히 먹는다고 한다.

‘언니’를 촬영하면서 액션 연기에 더 욕심이 생겼다. 실제 자동차 추격전 장면을 촬영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화려한 앵글과 빠른 커트로 정신없이 지나가는 액션이 아니라 정확히 어떤 합인지를 보여주는 액션 연기를 훨씬 좋아해요. 언니에서 심도 있는 액션을 하면서 더 나이 들기 전에 깊이 있는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