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청와대 불법사찰 논란의 핵심 인물인 김태우 수사관에 대한 감찰결과 비위 혐의들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중징계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에 김 수사관의 ‘개인 비위’를 부풀려 사건의 초점을 흐리려는 억지스러운 의도가 뻔하게 비친다. ‘민간인 사찰’ 또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개인 비위’ 혐의는 그 무게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난다. 비교가 불가하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감찰본부는 김 수사관이 특감반원 재직 당시의 감찰 내용을 공개했다는 이유를 들어 공무상 비밀유지의무 위반과 민간업자에게서 받은 부적절한 골프 향응 등을 징계 사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은 업자와 골프를 친 것은 접대가 아닌 정보활동의 일환이었고, 중앙부처 사무관직 신설 유도나 지인의 뇌물사건 문의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사건은 ‘민간인 사찰’ 의혹에 이어 공공기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블랙리스트 작성 및 표적 감찰설까지 불거지면서 정권 차원의 의혹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측이 이에 대해 ‘개인 일탈’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는 모습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김 수사관이 폭로한 내용에 대한 진상 규명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 형식이나 내용 또한 철두철미하게 앞뒤가 맞아야 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고는 하지만, 기록만 남기기 위한 흉내에 불과했다는 인상이다. 청와대 내방객 민원실에서 관련 서류를 건네받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압수수색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압수수색 대상은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뿐, 정작 지휘부라고 할 수 있는 민정수석실과 조국 민정수석의 휴대폰은 목록에서 뺀 것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블랙리스트 문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과 4명의 민정수석실 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까지 누구도 보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아무도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 일개 6급 공무원이 독단적으로 이러한 문건을 만들었다는 억지를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아직 문건의 사실관계와 실체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혼란을 막으려면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미더운 진실규명이 수반돼야 한다.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기로 한 조국 민정수석의 발언내용이 정국의 향방을 가름할 조짐이다. 김태우 수사관은 분명히 청와대 핵심부서인 특별감찰반의 일원이었다. 그가 행한 그 어떤 행동도 ‘청와대’가 했다고 정의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와 옹호자들은 ‘일개 수사관 개인의 일탈’ 운운하면서 궤변을 펼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도 연발되는 웃지 못할 데자뷔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