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과 함께 경북 경제의 양축을 담당하고 있는 구미시의 경제 사정이 좀처럼 회복국면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출역군을 자처하고 조성한 국가5단지 사업이 공정률 95%에도 전체 분양률은 25%에 그쳐 지역경기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지난 27일 경제관련 단체장과 함께 구미 국가5단지 분양 활성화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올 들어 날로 쇠퇴하고 있는 구미지역 경제를 반전시킬 대안으로 국가5단지 분양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그 대책을 논의한 자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장세용 구미시장까지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미 국가5단지의 분양가가 인근 산업단지보다 높아 분양이 저조하다고 판단하고, 분양가 인하, 분양대금 납부조건 완화, 입주업종 확대 등 다양한 분양 활성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특히 SK 하이닉스의 120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계획에 따른 대응 방법도 논의했다고 한다.

올 들어 구미지역 경제는 구미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지적한대로 2009년 이래 최악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의 수원시 이전설이 나오면서 지역경제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공단 내 곳곳에서 공장을 팔려거나 임대를 놓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삼성전자를 방문, 수원시 이전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고 구미시 의회와 시민단체까지 가세했으나 기업의 속사정이 어떠한지는 알 수가 없다. 최근 구미상공회의소가 제조업체 87개사 대상으로 4분기 기업경기 실사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 업체의 79%가 올해 영업이익 목표달성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구미공단은 수도권 규제 완화와 대기업의 글로벌 해외생산기지 확대로 수출 비중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한때 수출 비중이 전국 11% 수준에 달했으나 2017년에는 4.9%까지 줄어들었다.

구미공단은 포항의 철강공단과 더불어 경북 경제를 견인하는 쌍두마차다. 청년층의 이탈과 노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북을 지탱해 줄 수 있는 도민의 힘이자 경제의 구심점이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구미 국가5단지 분양 활성화를 위한 긴급 대책회의는 이런 점에서 시의적절한 논의다. 그러나 대책회의가 회의에 머물러선 안 된다. 분양가 인하, 납부조건 완화, 진입도로 개설 등 지방자치단체가 해줄 수 있는 대책을 모두 동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특히 SK 하이닉스의 120조 원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세밀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해마다 증가세에 있다. 전자산업 중심의 구미공단에 적합한 업종일 뿐 더러 미래산업의 기반을 갖춘다는 점에서 구미경제 회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구미경제는 경북경제뿐 아니라 인접한 대구 경제와도 직접적 영향권에 있다. 이번 회의가 구미경제 회생의 길로 이어진다면 그보다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