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논설위원
안재휘논설위원

홍준표가 돌아왔다. 정치 재개를 선언하며 내놓은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가 날개를 달았다. 18일 첫 방송 이래 구독자 수가 15만 명을 넘겼고 누적 방문자 수는 200만 명을 넘나든다. ‘남북 정상회담 대가설’ 등 특유의 ‘독설 잔치’로 존재감을 알리면서, 유튜브 채널을 달구는 숱한 우파 논객을 압도하는 기세다. 며칠 전에는 자신의 또 다른 프로젝트인 ‘프리덤코리아포럼’을 발족했다. 보수의 진지를 구축하고 이념전을 펴겠다는 신호다.

가파른 내리막길로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마침내 대선 득표율(41.1%) 수준인 43.8%로 떨어지고 부정평가가 50%를 넘어 51.6%로 치솟는 중이다. 두 달 전 정치토크쇼 출연마저 마다하며 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근거 없는 문 대통령 비방을 막겠다’는 변명을 앞세워 ‘어용지식인’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첫 방송 전부터 구독자 2만 명을 넘어섰다.

유 이사장의 등장은 홍 전 대표의 복귀와 무관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홍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가 한풀 꺾이는 시점에 와신상담을 끝내고 나선 꼴이고, 유 이사장은 불난 집에 소화기를 들고 달려드는 인상일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벌일 예측불허의 맞대결이 진작부터 세간의 관심을 폭증시키고 있다. 홍준표가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라며 떠난 것이 지난 6월 중순이었으니까, 채 반년도 안되어 정치무대로 돌아온 셈이다. 그가 밝힌 회귀의 명분은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 홍준표의 말이 옳았다는 지적에 힘입어 다시 시작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예측된 일이긴 해도 그 배경은 역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일 것이다.

저격수로 나선 유시민의 속내는 사실상 편안한 게 아니다. 여권에서 유시민만큼 ‘논쟁에 강하고 친노, 친문에 두루 연결된 준비된 스타’를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홍 전 대표와는 달리 그가 굳이 ‘정치 재개’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조기 레임덕을 촉발시킬 수 있으리라는 걱정의 발로일 것이다. 자신의 출격이 오히려 정권의 내리막길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홍준표가 돌아왔다. 좋거나 싫거나 간에 정치권에는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홍준표에 대한 비판은 그의 언변이 정적들만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사고도 남을만큼 사납고 거칠다는 점이다. 세상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특유의 독설과 경계를 넘나드는 과장된 폭로성 발언은 그의 매력이자 동시에 한계다. 그런 그의 특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홍카콜라’의 인기가 단숨에 솟구쳐오르는 현상의 또다른 요소는 보수 야권의 ‘대안부재’다. 그 황량한 공간이 ’홍카콜라’ 비상을 허용하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지금 홍준표의 비상이 한계를 극복하고 불패의 거목으로까지 성장하는 신호탄일 것인가. 잘라 말해서,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맛본 필패의 구도가 또다시 만들어질 공산이 매우 높다.

홍준표가 극우 보수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할 수 없는 한, 그는 여전히 보수와 중도 민심을 분열시키는 상수(常數)에 머물 개연성이 높다. 민주당이 이미 그런 셈법으로 ‘홍카콜라의 비상’에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현 정권의 지지도 하락이 홍준표에게 일시적으로 도약의 공간을 내줄지언정 넘보지 못할 대권 주자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최대변수는 결코 아니다. 홍준표는 스스로 변해야 한다. 특히 보수혁신의 역량을 확실하게 입증해야 한다. 거품투성이 ‘인기’가 아닌 견고한 ‘지지’를 견인해낼 ‘홍카콜라의 비법(飛法)’은 그 뒤에나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