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또 한해가 간다. 매년 보내는 이맘때면 보내는 한 해이지만 금년 한 해는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도 ‘희망과 혼돈의 한 해’ 라고 해야 할까 보다.

금년초 한국에서 처음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은 온 국민을 흥분케 했고 북한이 팀을 파견하고 평화공세를 편 것은 분명 희망찬 시작이었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동계올림픽의 참가와 평화적 공세를 퍼부었고 그래서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도 열렸다. 판문점의 남북 경계선을 건너는 극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이후 판문점 회담, 싱가폴 미북 정상회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통한 평양선언으로 한껏 고조된 분위기였다. 그리고 지지도도 한참 오르기도 했다. 언론은 평양선언으로 내내 시끄러웠고 곧 통일이 될듯한 분위기도 한껏 실향민을 비롯한 국민들을 들뜨게 한다. 평양방문 후 김정은 편지도 트럼프에 전해지고 미북 2차 정상회담도 열린다는 기대로 들뜨게 했다. 전쟁이 없는 평화! 누구나 원하는 것이고 남북이 모두 원하는 평생 소원이다. 정부의 분위기는 환호 일색이었다. 아마도 꽤 많은 국민들이 역시 안도와 반색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불과 1년 전 전쟁의 공포가 휩싸였던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분위기 반전이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조항이 별도로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군사긴장완화 계획으로 서해상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내 GP(감시초소) 시범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등 세부안을 차근 차근 실천하는듯 했다.

이산가족 문제도 상설면회소 조기 개소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됐고, 연내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하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도 약속했다. 그리고 평화가 진정 찾아오는듯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왠지 대통령의 지지도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GP까지 허물면서 조성되던 평화무드는 김정은의 답방무산과 미북 2차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다시 싸늘한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미국과 북한은 다시 공세 모드로 돌아서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한국은 입장이 난처해 졌다.

여기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더욱 어려워 지고 있는 경제상황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지지도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민심을 어지럽힐 연말 사고가 몇 개 터졌다. 우선 과기부 산하의 여러 개 기관장들이 사임하고 세계적 연구소인 로렌스 버클리 가속기 연구소가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과학계가 시끄러워졌다. 정치적인 논리라는 주장과 정상적인 집행이라는 주장이 맞서면서 과학기술계는 어수선해졌다. 입시가 끝난후 현장체험 학습을 갔던 고교생들이 펜션의 일산화 탄소 누출 사고로 여러 명이 사망하는 사고는 이 정부 내내 여러차례 일어났던 화재의 재앙을 상기시키며 왜 재난이 이리 많은가 안전은 뒷전인가라는 원망을 자아냈다. 몇 년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기억케 하는 악몽이었다.

그리고 수일전 터진 국회의원의 갑질로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스마트폰 커버 안에 있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 달라는 보안요원을 질타하고 욕설을 했다는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공항 비정규직인 보안요원을 대상으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란 특권을 이용하여 국회의원으로서 행패를 부렸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정상적인 시스템을 흔들고 안전불감증으로 아까운 젊음과 생명을 떠나보내야 하는가? 또 권력을 가진 분들의 갑질이 끊임없이 이어지는가?

과거는 현재의 스승이다. 우리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이사회를 이끄는 정치, 권력, 사회규범은 과거의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 정말 우리 사회의 ‘정치적 논리’ 그리고 ‘적당주의’, ‘권력갑질’은 이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안녕! 2018년!

그래! 이제 좋은 일만 일어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2019년이여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