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회 의원회관에 들렀다가 월간지에서 부장직을 맡고 있는 언론사 후배를 만났다. 경남지역 시·군지역의 민원사항인데, 군 지역에서 일주일에 두번씩 부산까지 혈액투석을 하러다니는 게 너무 힘들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국회를 오랫동안 출입한 경력을 가진 후배인지라 친하게 지내는 국회의원들과 보건복지부쪽 인맥을 통해 민원해결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했다는 요지였다. 시장·군수와 지역 국회의원에게 민원을 넣어도 “알아보겠다”고 하고는 소식이 없어서 후배에게 재차 부탁하는 것이라며 시장·군수나 지역 국회의원들의 무신경에 무척 분개하더라는 것이었다. 민원내용을 가만히 들어보던 경북지역의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이런 민원은 비단 경남지역 특정 시·군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나서서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의료지원대책을 시급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후배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지역 연고가 있는 보건복지부 고위 간부 연락처를 받아 정부측에도 대책마련을 건의해보겠다며 바쁜 걸음을 옮겼다. 후배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의료지원서비스를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측면에서 이해되지만 실상을 알만한 국회의원들이나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경우 왜 이런 의료복지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제기된 민원의 해답은 어렵지 않다. 낙도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병원선을 정기적으로 방문토록 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방식의 의료지원을 해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즉, 혈액투석이 가능한 의료진과 설비를 갖춘 병원차를 권역별로 묶어 순회하게 하면 예산부담도 크지 않고, 혈액투석이 필요한 지역주민들에게는 큰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시골마을에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차가 순회하도록 하는 시군이 적지않은 데, 혈액투석은 제때 하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점에서 더욱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

어쨌든 의료서비스 관련 민원을 받은 차에 지방의료의 열악한 실정을 챙겨보던 그 후배는 마침 국회의원회관에 들어오다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료서비스 개선, 초고령사회 지방의료 확충을 위한 토론회’(부제 2018 상주시 발전을 위한 제안) 자료를 챙겨왔다며 “지방의료 서비스 기사를 쓸 때 참고하시라”며 내게 넘겨줬다. 토론회는 지역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상주출신의 민주당 서영교(서울중랑갑) 의원, 예천 출신 임이자(비례) 의원 등이 주최하고, 황천모 상주시장이 주관하는 토론회였다. 토론회 주최측의 면면을 보니 지방의료 서비스의 열악한 실태를 시장이나 국회의원들이 전혀 모르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토론회서 감 신 경북대 의대 교수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료서비스 개선방안’에 대해 주제발표한 내용중 지역별 건강 불균형 실태는 자못 충격적이었다.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조사한 기대수명 격차가 서울특별시 83.3세, 전라남도 80.7세로 그 격차는 2.6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군·구의 경우 수도권인 경기 과천시의 경우 86.3세인 반면 경북 영양군은 78.9세로 그 격차가 7.4년에 이르렀다. 또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에서 ‘2015년 기준, 치료가능한 사망률(인구 10만명당)’을 보면 서울은 44.6명, 충북은 58.5명에 그치지만, 시·군·구의 경우 서울 강남구 29.6명에 불과한 반면, 경북 영양군은 107.8명에 이른다. 이러니 지역균형발전을 아무리 외쳐도 무슨 소용이랴. 나아가 지역균형발전을 국정과제라고 외치는 정부라면 사람의 생존과 직결되는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만큼은 최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분발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