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임중도원(任重道遠). 대학교수들이 우리나라의 모습을 생각하며 올해 선정한 사자성어다.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저 생각은 나라 뿐 아니라 각자의 삶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할 일들이 늘어가며 나날이 쌓이는 책임은 버겁도록 무겁다. 돌아보는 마음도 한가득인데 앞길을 내다보면 그 끝이 가마득하게 멀어 보인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10대 뉴스를 생각해 보지만, 올해처럼 새롭고 가슴이 설레는 뉴스들이 풍성하기도 드물 터이다. 평창올림픽으로 힘차게 열어제낀 2018년은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일구어 내고 거의 불가능해 보였던 북미정상회담마저 한 차례 성사시키며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을 한껏 불러 일으켰다. 이제 남북철도연결에 시동을 걸고 새해에는 더욱 가까워지는 역사가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우리 사회도 ‘갑질’과 ‘미투’를 겪으며 보다 성숙한 인권의식을 가지게 되었으며, 우리 국민들은 변화와 개혁에 대한 갈증을 지방선거를 통하여 더욱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경제적으로 ‘최저임금’과 ‘주52시간근무제’는 정책적 기대와는 다르게 잡음과 혼선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정치적 비리와 사법부 적폐를 청산하는 일은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할 숙제를 안겨주었다. 문화의 길에는 방탄소년단(BTS)과 베트남축구 박항서 감독이 새롭게 겨레의 우수함과 국민적 자긍심을 일깨워 주었다.

촛불의 열망과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발했던 정부가 이제 집권 3년차를 맞게 되었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절반이나 내려앉았으며, 진보적 상상을 품은 젊은 세대의 마음이 돌아섰다고도 한다. 경제를 두고 지나치게 이념적 접근을 하였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하며, 민생의 그늘은 어디에 존재하는지 보다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통일과 평화를 모두 기대하고 바라지만, 나날이 힘들어만 가는 서민경제가 함께 나아져야 한다. 평화를 이룬들 삶이 힘들다면 행복할 국민이 어디에 있을까. 찾아오는 평화라도 내 삶을 희생하며 환영할 국민이 어디에 있을까. 민생과 복지, 그리고 평화와 통일담론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경제가 살아야 평화도 빛이 난다. 서민이 살만할 때에 통일도 함께 바랄 것이 아닌가.

새해에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모두 바라지 않을까. 전쟁을 모르는 이들이 더욱 많아진 오늘, 같은 민족이 나뉘어져 있는 현실은 부자연스럽다. 지난 세대가 겪은 고난과 갈등의 기억을 이제는 씻어야 하지 않을까. 100년 전 독립만세를 부르고 임시정부를 세웠던 뜻 가운데, 이 민족이 흩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념이 다르면 죽어도 함께 하지 못하는 습성을 이제는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다스리는’ 민주의 틀 안에서 나누고 견주며 보듬고 일으키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야 하지 않을까.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은, 우리가 간절히 바란다 해도 주변이 돕지 않으면 요원해 보인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두 팔 벌려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열강의 이해와 우리의 국익을 균형있게 조절하며 지혜롭게 헤쳐갈 길은 기대보다 멀지 모른다.

나라의 경제를 물흐르듯 흐르게 하여 민생이 안정되고 서민이 행복하려면 할 일은 많고 갈 길이 멀다. 남북이 분단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하나가 되려면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 정부에게 물론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지만, 국민 각자에게도 할 일이 많고 갈 길이 멀다. 올해의 사자성어를 택한 대학교수들도 이 정부를 비난하기보다는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결정했다는 것이 아닌가.

정부와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경제의 가닥을 풀어내고 평화의 주춧돌을 놓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박항서 감독이 시인하듯,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2019년 돼지해에는 가슴뛰는 뉴스들이 보다 풍성하게 찾아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