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유급 주휴시간(8시간)을 인정하기로 결정, 산업계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실제로는 일하지 않은 주휴시간을 넣기로 했다. 시간을 줄 테니 기업들이 임금체계를 바꾸라고 하지만, 강성 노동조합에 가로막힌 현장을 뻔히 알면서도 던진 꼼수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진다. 이러고서야 한없이 가라앉는 경기회복과 일자리 확대, 경제 회생이 무슨 수로 가능하겠는가.

정부의 개정안은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할 때 발생하는 1회의 유급휴일도 일한 것으로 치고, 전체 임금을 실제 근로시간과 주휴시간을 더한 값으로 나눠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 달 174시간을 일한 근로자도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주휴일을 포함해 209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하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가 그렇게 산정해왔고, 국회 역시 209시간을 전제로 논의해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경영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들은 이번 개정안이 당장 현장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기본급이 적고 성과급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들은 대대적인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격월로 지급하는 성과급 등은 최저임금 계산 시 포함되지 않기에 연봉 5천만 원을 지급하면서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소지가 생긴다.

일부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약정휴일은 기준시간에서 제외됐지만 중·소상공인들에게는 해당이 안 돼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별도의 주휴수당이 없는 임금체계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당장 범법 기업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말하는 방책은 6개월 동안 시간을 줄 테니 성과급을 본봉에 포함하도록 임금체계를 바꾸라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체계 변경은 단체협약사항이기 때문에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 합의없이는 어떠한 임금체계 변경도 불가능한 기업 현실”을 상기시키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현장의 사정을 모를 리가 없을 터인데, 아무래도 정부가 노조 편에 서서 술수를 부리는 게 아닌가 하는 비난의 여지마저 있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무려 29.1%나 된다.

폐업 위기에 내몰린 영세 소상공인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대기업의 고용환경도 악화될 여지가 다분하다.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는 주휴수당을 기준에서 제외해 왔지만, 시행령을 개정하면 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귀족노조 배 불리기, 근로자 간 양극화 심화, 위헌 가능성 등 논란이 양산되고 있다. 불경기는 한없이 깊어지고 민생은 날로 피폐해져 가는데, 정부는 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