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던 사람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오히려 ‘블랙 크리스마스’가 찾아와 사람들을 우울하게 했다. 블랙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미국 유럽 증시가 크게 무너진 현상을 가리킨다. 성탄절 날, 세계 주식시장에 산타클로스 대신 ‘블랙 먼데이’가 찾아왔다는 뜻에서 ‘블랙 크리스마스’라고 이름붙여졌다.

이번 블랙 크리스마스는 미중 무역분쟁, 미국 통화긴축 정책 등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가 내년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하는 정치적 혼란까지 금융시장의 위협 요인으로 부상한 탓으로 분석된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세계 금융시장의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연준이 미국 경제의 유일한 문제”라고 공격하며 노골적으로 통화정책에 개입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려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통상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 연말 보너스 지출로 인한 소비 증가 등으로 주가가 상승해 ‘산타 랠리’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엔 미국 증시 사상 최악의 폭락장세가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2.91% 떨어져 이 지수가 만들어진 133년 역사상 크리스마스 이브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과 스탠다드 앤 푸어스(S&P)500지수도 각각 2.121%, 2.71% 급락했다. 다우·나스닥·S&P 등 미국 3대 주가지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1% 이상 하락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하루 시차를 두고 폭락한 것은 내년 전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우려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라는 단기 악재와 미국 은행 유동성 악화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경질설 등 루머가 겹치며 공포감에 의한 투매(패닉 셀)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정책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몰락으로 국내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트럼프발 ‘블랙 크리스마스’가 우울한 연말 경기를 더욱 어둡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