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잔류 허용 기준치 초과땐
내년부터 농산물 폐기 등 조치
상추·깻잎 등 재배농 ‘날벼락’
교육 제대로 안 돼 인식도 미흡
제도 시행 앞두고 농민들 ‘시름’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요 그게 뭐니껴? 그냥 쓰던 거(농약) 쓰면 안되니껴?”

내년 1월 1일부터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막상 농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애써 키운 농작물을 폐기해야하는 등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PLS란 국산 또는 수입 농산물에 대해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모두 일률적으로 0.01㎎/㎏(0.01ppm)을 적용하는 제도다. 검사 결과 기준치를 초과 검출되면 해당 농산물을 폐기하거나 용도변경, 출하 시기 조정 등의 유통이 차단된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발표한 하반기 PLS 인식도조사 결과, 70대 이상 고령농의 61%만이 PLS 제도를 인식하고, 나머지 39%는 PLS 제도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70세 이상 고령농업인은 총 73만2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경북이 12만7천여 명으로 가장 많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보다 고령농업인이 많은 경북 지역에서는 PLS를 모르는 농업인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전국 1만2천205개 마을 회관을 방문해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PLS 교육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북도와 도내 시·군들도 올해부터 농업관련 공무원과 농업인, 농약판매상 등을 대상으로 PLS관련 교육 및 홍보를 해왔다. 올해 1∼12월 PLS 교육을 받은 총인원은 공무원 3천140명, 농업인 9만9천632명, 농약판매상 1천206명, 기타 3천300명이다. 경북 도내 15세 이상 농업종사자는 총 37만7천여 명으로, 도내 농업인 약 74%는 아직 PLS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현재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농약을 내년에도 똑같은 기준으로 사용할 경우 부적합 판정을 받는 농가가 PLS 시행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식품부가 지난해 잔류농약 점검대상이었던 1만5천831개 농가를 대상으로 PLS를 미리 적용해 본 결과, 총 931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품목별 현황을 보면 PLS 시행에 따른 부적합 판정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작물은 취나물이다. PLS 적용 전 24개 농가에서 PLS 적용 후 70개 농가로 늘어났다. 그 뒤를 이어 상추가 9개 농가에서 49개 농가로 늘어났고, 배가 5개 농가에서 44개 농가로 증가했으며, 깻잎이 30개 농가에서 65개 농가로 높아졌다.

전체 작물을 대상으로 부적합판정의 증가현황을 비교하면 PLS 적용 이전에는 365개 농가였으나 PLS를 적용할 경우 931개 농가로 약 2.5배 증가했다.

농식품부는 시행 전까지 PLS 기준이 추가로 정비됨에 따라 부적합농가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입장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에 따르면 올해 도내 7천221농가를 대상으로 잔류 농약 점검을 한 결과, 105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품목별 부적합 판정 현황은 앞서 농식품부가 PLS 사전예보제 사업에서 드러난 부적합 품목 농가와 비슷한 양상으로 대부분이 상추와 깻잎같은 엽채류였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PLS 적용 부적합 판정을 받지 않으려면 우선 품목에 맞는 농약을 써야하며, 농도와 횟수 등 올바른 농약 사용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한정된 농약등록과 월동채소 적용기준 애매, 비의도적 농약 오염, 항공방제용 농약 비산방지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PLS에서 허용되지 않은 농약 가운데 1천670개를 직권 등록했다. 하지만 나머지 5천377개의 농약은 2021년까지 유해성 여부를 따져 등록해 나갈 예정이어서 농가들은 여전히 농약사용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채소류에 사용하고 있는 무름병(독특한 냄새가 나면서 흐물흐물해져서 썩는 식물 병해)약을 비롯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제초제나 살충제가 등록되지 않아 채소류 농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안동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A씨(53)는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가 무름병이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에서 사용하는 무름병 농약이 PLS에 등록되지 않아 걱정이다. 그 외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초제나 살충제들도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물마다 재배 방법도 다른데 일률적인 검출 기준을 만든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병현기자

    손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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