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등 “기존과 변화 없어”정부 시행령 개정안 강력 반발
수정안 31일 국무회의 재상정

최저임금을 계산하는 기준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두고 노사 양측에서 반발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인상이 뿌리째 흔들리는 모양새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4일 국무회의에 상정했으나 심의보류하고, 약정휴일은 제외하는 수정안을 재입법예고한 뒤 오는 31일 국무회의에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실제 일한 시간(소정근로시간)보다 최장 69시간까지 늘어날 것으로 입법 예고됐던 시행령의 최저임금 기준시간을 35시간만 늘어난 209시간으로 수정하는 안이 나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날 “최저임금법 개정 당시 국회 논의에서 209시간(주휴시간 포함)을 전제로 논의했고, 최저임금위원회도 209시간을 기준시간으로 월 환산액을 산정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산입대상 임금을 기준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산입대상이 늘수록 노동자가 유리한 구조다. 정부가 산입대상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려 하자 경영계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반발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급으로 상승하면서 산입범위와 기준시간에 대한 갈등이 폭발했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대립구도를 이어왔다. 논란의 중심이 된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법정수당이다. 이는 저임금 시절 노동자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주당 15시간 이상을 일하는 근로자에게 실제로 일하지 않은 8시간만큼의 돈을 추가로 보장해주는 법안이다.

이를 두고 갈등이 큰 이유는 일부 대기업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은 법정 주휴시간 외에 하루를 더 약정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휴시간을 모두 최저임금 산입기준에 포함하면, 연봉 5천만원이 넘는 대기업마저도 최저임금 위반에 걸리게 된다. 이날 정부가 ‘약정휴일 제외’ 카드를 꺼내 든 이유도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노사 합의로 정하는 약정휴일 시간을 빼는 다소 완화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지만, 경영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강한 어조로 수정안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주휴시간을 아예 최저임금 산입기준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경영계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 5개월간 경영계가 한결같이 반대해 온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수정 논의된 것에 대해 경영계는 크게 낙담하고 억울한 심경마저 느낀다”고 밝혔다. 경총은 “국무회의에서 노조의 힘이 강한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약정유급휴일과 관련한 수당과 해당 시간을 동시에 제외하기로 한 건, 고용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경영계 입장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의 최저임금 수준을 고의로 낮게 평가하려고 실제 근로 제공이 없는 ‘가상의 유급휴일시간’까지 분모에 포함하는 30년 된 고용부의 자체 산정지침에 대해 대법원이 일관되게 실효(失效)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또 “정부가 행정지침을 대법원 판결에 맞추어 시정하는 게 정도(正道)임에도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이런 실체적 진실을 정면 외면하고 불합리한 기업 단속 잣대를 고집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찬규기자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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