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내년도부터 경북도에서 5급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최근 이에 따른 공모 절차를 끝내고 시간 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가급(5급)으로 임용됐다. 앞으로 경북도 농업 전반에 대한 정책자문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 전장관의 임용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삼고초려로 가능했다는 후문이나 그의 결단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농식품부 장관으로 임용돼 3년 6개월을 재임한 최장수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한번 장관을 지낸 사람은 평생 장관 소리를 듣는다는데 늘그막에 시간제 5급 공무원을 자청한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는 2016년 9월 장관직을 마치고 고향인 의성으로 내려와 노모를 모시고 농사를 지었다. 남들처럼 서울에서 편히 잘 지낼 수 있는데도 굳이 고향에 땅에 내려온 것부터가 남다르다. 그는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정책과 이론의 괴리감을 느끼게 된 것이 공무원을 자청하게 된 배경이라고도 했다.

8천㎡ 밭농사를 하면서 콩 19가마를 수확해 겨우 300만 원 정도를 손에 쥔 것이 고작이다. 농사는 안됐고 힘들다는 것을 경험했다. 정책과 이론이 농사 현장과는 너무 다름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또 지방에 살다 보니 농촌이 소멸위기에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살면서 느낀 농촌의 문제를 풀어가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던 것이라 했다. 그는 “백지장이라도 맞들고 일어서 보자”는 심정으로 나섰고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너무 쉽게 약속을 저버리는 세상인심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의 이런 결정에는 고향사랑이라는 마음이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으로도 보인다.

고위직을 지낸 사람이 낙향한 사례는 꽤 있다. 박정희 정부 시절 서울시장과 내무부 장관을 지낸 김현옥씨는 퇴임 후 중학교 교장을 지냈고 얼마 전 대법관을 지낸 분이 소송가액 3천만 원 이하 사건을 다루는 시군법원 판사로 임용된 경우도 있다. 교육부장관을 지낸 인사가 강원도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어면서 노후를 보내는 일도 있다. 모두가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사례들이다.

걸핏하면 장관을 지냈답시고 고향에 내려와 정치를 하겠다는 이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쇠락해 가는 농촌의 현실에 미력이나 보탬이 되고자 봉사의 심정으로 헌신하겠다는 이 전 장관의 결정에는 그래서 더 신선함이 있다. 60세를 넘긴 나이에도 자신의 열정과 공직자로서 못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에 당당함도 있어 보이는 것이다. 백의종군하겠다는 그의 모습이 다른 고위직 공직자에게 모범적 삶이 되었으면 기대한다. 또 이 전 장관이 선택한 길이 그가 희망한 농촌의 스마트 팜 시대를 여는 새바람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