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성수기를 누리고 있는 운전면허학원들의 과당경쟁으로 부실 운전면허가 양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운전면허 학원가에 따르면, 일부 학원에서는 대형면허 합격에 걸리는 기간이 4∼5일에 불과한 경우도 발생하는 등 부실 징후가 역력하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거리의 흉기로 불리는 자동차의 운전면허를 이렇게 엉터리로 양산하는 모순은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포항에 5곳, 경주에 4곳의 운전면허학원이 운영 중인 가운데 학원 간 수강생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수능을 마친 직후인 11월 중순부터 다음 해 1월까지의 이른바 ‘성수기’를 맞아 학원들끼리 강사를 구하지 못해 강사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학원마다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예비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대부분 비정규직인 학원 강사들에게서 충실한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강사의 질에 대한 관리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행 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강사 자격시험도 필기에서만 학과시험, 교수법, 도로교통법 일부만을 볼 뿐 실기는 1종 보통 수강생과 똑같이 5㎞구간 내 지정도로를 돌면서 도로주행을 점검하는 수준이다. 가르치는 강사들과 배우는 학생들이 치르는 실기시험 수준이 비슷하다는 이야기이다.

과거 50∼60%였던 운전면허시험 합격률은 현재 65∼70%로 올랐고, 대형면허의 경우는 무려 70∼80%나 된다는 사실도 운전면허학원의 교육 부실 우려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간 1천 명이 넘는 수강생이 오는 편인데 성수기에는 비수기의 2∼3배인 300명 안팎의 수강생이 갑자기 몰려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면허시험 수강생이 넘치다 보니 강사들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한 채 합격생이 양산돼 결과적으로 엉터리 운전면허증이 발급되고 있는 셈”이라고 실토하고 있다.

업체 간 과당경쟁은 곧 합격자를 많이 내야 학원이 살아남는 풍토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수강자들은 합격률이 높은 학원을 찾고, 학원들은 불가피하게 합격률 경쟁을 하다 보니 제대로 숙련된 운전면허자를 양성해내는 기능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대한 빨리 합격하고 싶은 마음인 수강생들의 심리를 노리고 높은 합격률을 장점으로 내세워 끌어들이는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현대문명의 자랑스러운 이기(利器)인 자동차는 동시에 인간 삶을 최악의 비극으로 몰아넣는 위험한 흉기이기도 하다. 그 처참한 비극의 사슬을 무방비로 만들어내는 운전면허교육 부실 문제가 이렇게 방치돼서는 안 된다. 생활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터럭만큼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대책이 강구돼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