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요건 등 세부사항 놓고
지주-은행이사회 여전히 삐걱
김태오 회장 겸직 기획 논란도
26일 이사회서 최종결정날 듯

대구은행장 선임을 두고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간 갈등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대구은행장이 9개월째 공석인 가운데 박명흠 행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오는 26일 만료된다. 그러나 지주 이사회와 은행 이사회가 은행장 자격요건과 은행장 선임절차 등을 두고 여전히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등 은행장 선임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주는 지난 11일 김태호 회장과 사외이사진이 모여 대구은행장 선임 시기나 요건 등에 관한 논의를 했으나 대구은행의 반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8일 대구은행 이사회에 은행장 후보를 추천 해달라고 요청해 급물살을 타는듯 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이사회는 은행장 자격 요건을 ‘금융권 등기임원 경력 5년 이상’과 ‘마케팅, 경영관리 임원 경험’, ‘은행 외 타금융사 임원 5년 경험’ 등 현재 지배구조 규범을 개정한대로 적용할 경우 김태호 회장 외에는 은행 내부에는 자격요건을 충족한 인사가 없다며 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자격 요건과 선임 절차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달라며 지주 이사회의 요청을 반려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대구은행지부(위원장 김정원·2노조)는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 분리를 강하고 요구했다. 대구은행 2노조는 “조직과 지역을 잘 이해하고 능력있는 내부 출신의 은행장을 선임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전직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본인 스스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은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천명하고도 은행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항간에는 겸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하고 “더이상 은행이 격랑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 거리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대구은행장은 대구은행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됐다.

하지만 지주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침에 지난달 대구은행 이사회는 DGB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가 은행장 추천권을 가지되, 은행 이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영관련 중요규정 개정안’을 원안 의결하는 등 개정안을 수용하면서 권한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은행장 후보군 기준과 선임절차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아 논란의 불씨는 남겨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주 이사회는 지배구조 규범 개정에 맞는 대구은행장 후보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부치자 대구은행측은 은행장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인사는 김 회장이 유일해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까지 겸직하거나 대구은행 내부 출신을 배제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하려는 포석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장 선임 문제는 지주 이사회에서 자격요건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경우 오는 26일 지주 및 은행 이사회에서 결정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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