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

물이 들면

갯벌의 부두로 서해의 물이 들면

땅 끝에 선 사람들은 만선의

기다림만이 남아

끼루룩 갈매기 울음을 닮아가는데

어디로 떠나갔을까

갈매기가 없는 바다 위로 지친

닻을 내리는

흉어들 목선들, 잡치 몇 상자

돈이 될만한 것은 없구나

낡은 갑판 위엔

깊고 검은 주름의 얼굴들

어깨를 늘이고

먼 바다를 보는 걸까

아니면 하늘

흰구름 저 퍼어런 하늘

굴비로 유명한 법성포 포구에서 시인은 흉어의 바다와 깊고 검은 주름의 얼굴들과 처진 어깨들을 바라보고 있다. 대처로 떠나지도 못하고 가난에 갇혀 지치고 힘겨움에 빠져있는 어부들이 곤고한 어깨들과 포구에 정박된 배를 떠올리며 결코 약해지지 않으려 하는 어부들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