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말이 다가왔다. 이웃에 대한 사랑이 더 간절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랑의 온도 탑이 세워지고, 거리에는 구세군 냄비도 등장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등장한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이 같은 온정의 모습은 연말 분위기를 한층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줘 좋다. 보는 이의 마음도 절로 훈훈해 지는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기부현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청년실업률 역대 최고, 소득감소, 소득 불균형 심화, 자영업자 줄도산 등 듣기조차 거북한 경제의 한숨 소리로 예년에 비해 이웃돕기성금 기탁이 극히 부진하다는 소식이다.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9일째 벌이고 있는 ‘희망 2019 나눔캠페인’의 모금액이 목표의 31%인 47억3천만 원에 그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 모금액 59억3천만 원의 80% 선에 머물러 있다.

또 개인 및 기업의 기부 실적도 모두 저조하다고 한다. 12월 현재 개인 기부금은 36억5천만 원, 기업 기부금은 10억7천만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개인 기부금은 작년의 90%, 기업 기부금은 56.9%선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1억 원 이상의 통 큰 기부도 줄었다. 대구은행 사회공헌재단과 경북개발공사 등 겨우 두 군데만이 성금을 내놓았다. 해마다 기부에 앞장서 왔던 기업들의 발걸음도 올해만큼은 뜸해졌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사회복지관계자는 시중경기 부진이 직격탄을 날렸다고 한다. 나빠진 기업 사정이 이웃돕기 성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시작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빚어지면서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적신호를 드리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처럼 사람은 자신의 배가 불러야 주변을 둘러보게 마련이다. 실업률 증가와 폐업 등 반복되는 경기침체로 주변을 돌볼 여유가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올해 유독 소외계층 및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질까 봐 모두가 걱정이다.

불우이웃을 돕는 일은 내가 어렵다고 그냥 외면할 문제는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우리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야 말로 올바른 공동체 정신의 실현이다. 날로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개인주의가 판을 친다고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정신이 우리 사회를 더 공고하게 지켜주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직 겨울이 멀었다. 우리 주변에는 당장 추위를 피하기도 어려운 이들도 적지 않게 있다. 그들에게 비록 시중 경기가 나쁠지라도 그들과 함께 할 온정의 손길이 여전히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큰 격려가 된다. 그것이 선진 사회복지국가로 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려운 경제라고 하지만 마음과 마음을 이어줄 사랑의 온도 탑은 계속 높아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