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안의 아라가야 왕릉으로 알려진 말이산 13호분(사적 제515호)에서 전갈자리와 궁수(사수)자리 등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 5~6세기 아라가야인들이 생명이 만발하는 봄철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를 그린 것으로 평가돼 화제다.

별자리는 하늘의 별들을 찾아내기 쉽게 몇 개씩 이어서 그 형태에 동물, 물건, 신화 속의 인물 등의 이름을 붙여 놓은 것으로 성좌(星座)라고도 한다. 별자리는 본래 약 5천년 전 바빌로니아 지역에 해당하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서 살던 유목민 칼데아인들이 양떼를 지키면서 밤하늘 별들의 형태에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다. BC 3천년경에 만든 이 지역의 표석에는 양·황소·쌍둥이·게·사자·처녀·천칭·전갈·궁수·염소·물병·물고기 자리 등 태양과 행성이 지나는 길목인 황도를 따라 배치된 12개의 별자리, 즉 황도 12궁을 포함한 20여 개의 별자리가 기록돼있다.

또 고대 이집트에서도 BC 3천년경에 이미 43개의 별자리가 있었다. 바빌로니아·이집트의 천문학은 그리스로 전해져서 별자리 이름에 그리스신화 속의 신과 영웅, 동물들의 이름이 더해졌다. 세페우스·카시오페이아·안드로메다·페르세우스·큰곰·작은곰 등의 별자리가 그러한 예다.

동양의 고대 별자리는 서양과 전혀 다르다. 중국에서는 BC 5세기경 적도를 12등분해 12차(次)라 했고, 적도부근에 28개의 별자리를 만들어 28수(二十八宿)라 했다. 한국의 옛 별자리는 중국에서 전래됐다. 다만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는 별자리 이름이 지역에 따라 따르게 사용돼 불편이 많았다. 그래서 1930년 국제천문연맹(IAU) 총회는 하늘 전체를 88개의 별자리로 나누고, 황도를 따라서 12개, 북반구 하늘에 28개, 남반구 하늘에 48개의 별자리를 각각 확정했다. 현재 쓰이고 있는 별자리가 바로 이것이다.

1천5백년이란 긴 세월을 뛰어넘어 발견된 왕릉의 별자리 소식을 듣고 가만히 옛 아라가야 봄철 남쪽 하늘은 어땠을까를 가늠해보노라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 것인가 하는 깨달음이 가슴을 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