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지난 몇주간 필자는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싱가포르와 홍콩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많은 것을 흥미있게 보았고, 깨닫기도 하고, 앞으로 연구해야 할 숙제들도 모아서 돌아왔다.

각 지역을 며칠간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방문했지만 필자의 눈에 보인 이 세 사회의 공통점들과 차이점들을 독자들과 나누면서 그 의미들을 간단히 살펴보려 한다. 이 세 사회의 공통점으로 두드러진 것은 모두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즉 물질적으로 ‘선진사회’다. 깨끗한 길과 건물들이 현대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양질의 재료로 세워져 있고 튼튼하게 보였다.

싱가포르와 홍콩 항만에 끝없이 보이는 즐비한 수송 시설들은 매우 다이내믹한 경제활동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자연 자원이 전무한 좁은 땅에서 각각 수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싱가포르와 홍콩은 경제발전을 꾀하는 나라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 같다. 반면에 광대한 토지에 겨우 3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캐나다가 이룬 경제발전도 경이롭게 보였다.

어떻게 이 사회들이 물질적으로 ‘선진사회’를 이루었는지 흥미로운 연구 숙제이다.

필자 눈에 띈 또 하나 흥미있는 공통점은 다민족(多民族)들이 많다는 것이다. 몬트리올과 토론토에서 동양인들과 아랍계통의 종업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구도 많지 않은 싱가포르는 중국계와 말레이시아인들, 그리고 인도와 아랍인들이 다민족으로 섞여 다문화, 다종교, 다언어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작은 섬나라인 싱가포르에는 차이나타운, 인도타운, 그리고 아랍타운이 형성되어 있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아랍타운에 속해 있었다. 일요일에 홍콩을 둘러보는 중 수천명으로 추측되는 아랍 여인들이 한 공원지역과 인근 길가에 모여 있었다. 물어보니, 홍콩에 있는 아랍 여인들이 일요일은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들 그곳에 모인다고 한다. 이 작은 인구로 형성된 사회에 다민족들이 섞여 다문화, 다종교, 다언어 사회를 이루고 사는지 신기했다. 역시 흥미로운 연구 숙제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다른 점들도 많아 보였다. 그 차이는 인성이라기보다 제도와 사회문화의 차이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세 사회 중 홍콩이 다른 두 사회보다 특히 달리 보였다. 즉 싱가포르는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지만 필자의 눈에는 서구적인 모습에 가깝게 느껴졌다. 반면 홍콩은 독특한 지리적 특성과 동양적 관습과 문화를 반영하는 것같이 보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홍콩의 밤문화였다. 밤늦게까지 식당들은 물론 동네 상점들도 붐볐다. 아침 8시가 되어서야 교통이 밀리는 것 같았다. 필자가 머문 홍콩 호텔 조식도 다른 나라와 달리 아침 7시까지 한 시간 더 기다려야 했다.

홍콩은 사치스러운 문화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 상가를 지나칠 때마다 고급품, 사치품, 명품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고급품 상점들마다 발 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이 들끓고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다른 나라에서도 고급품, 사치품, 명품 상점들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어디에도 홍콩같지는 않았다.

사치문화가 소득 격차와 사회신분제도와 관련 있는지 궁금하게 생각되었다.

또 하나 다른 것은 캐나다와 싱가포르의 부가세율이 10%를 넘어 20%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사회복지와 세율과의 상관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의 공공시설들이 홍콩에 비하면 잘 유지되고 또 값싸거나 흔히 무료로 제공된다. 필자는 캐나다와 싱가포르에서 무료 또는 저가로 제공되는 공공시설들을 만끽했다. 필자는 캐나다와 싱가포르에서 복지사회의 고마움을 느꼈다. 훌륭하게 사회를 유지하는 정부의 거버넌스에 흥미가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