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두 규

작은 웃음 한 번으로도

쉬이 햇살 불러모아

낭랑하게 노래부를 수 있는 시절을

위하여

이슬 한 올 마른 풀포기 하나라도

가벼이 포기할 순 없다

작고 여읜 어깨들의 지순한 절망들을

순결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개 끄덕일 순 없다

힘이 힘으로 끝맺어서는 안 된다

안 된다 사랑이여

사랑의 이름으로 용서함은

어둠이 어둠으로 살아 있고

죽음이 죽음으로 끝내 살아 있는 한

1980년 광주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시인은 사소한 참음으로 끝나거나 사랑의 이름으로 용서하는 것마저 있을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아직도 어둠이 짙고 죽음이 깊은 그늘로 짙어져 지워지지 않으므로 그날의 비극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외치며 힘이 힘으로 단단히 버티며 일어서야 한다는 결의에 찬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