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외교로 유명한 일본 나고야(名古屋)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냉전 상태에 있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개선시킨 대회로 유명하다. 1971년의 일이다. 이 대회에 참가한 중국이 같은 해 미국 대표 선수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면서 양국은 새로운 교류의 길을 열게 된다.

다음해 미국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성사하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은 최초로 국교를 수립하는 역사의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민간차원의 외교영역은 스포츠뿐 아니라 문화, 예술, 경제, 정치까지 다방면에서 이뤄진다. 국가 간에 풀지 못하는 현안이 민간외교 과정에서 물꼬를 여는 일은 흔하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외교관이 부러워할만큼의 뛰어난 사교력으로 중국의 외교를 돕는다고 한다. 경제인의 민간외교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주말 베트남이 10년만에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서 우리나라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국내 생방송 중계된 결승전도 예상을 넘어 18%의 시청률을 보여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베트남에서 분 열풍이 한국의 안방에까지 넘쳐 흘렀다고 했다. 한국과 베트남의 친선관계는 물론 양국의 협력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평가다. 베트남에는 6천 개가 넘는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박 감독의 매직으로 이들 기업이 받을 후광 효과도 대단할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베트남에서의 한류 열풍은 따지고 보면 박 감독보다는 우리의 기업이 먼저다. 그 중 삼성전자는 단연 독보적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50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맡고 있는 수출액이 전체의 20%다. 종업원만 10만 명이 넘는다. 베트남의 스즈키컵 우승을 계기로 박 감독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에서 땀 흘려 일하는 우리 기업의 활약상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또 하나 기분 좋은 성과다.

여러모로 국내 사정이 어려운 이때 베트남에서 그들이 들려준 쾌거야말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명랑보(明朗報)라 하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