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곤영대구취재본부장
▲ 이곤영 대구취재본부장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의 초대 황제인 양무제는 수많은 경서를 찍어내고 사찰을 보시했으며 스스로도 가사를 입어 스님들과 늘 공부를 해 불심천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달마대사와 만나 “나는 불사도 많이하고 사찰도 세우고 경서도 많이 발간했는데 내 공덕은 어찌되오?”고 물었다. 이에 달마대사는 “공덕이랄게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양무제는 “그럼 공덕이 아니면 무엇입니까?”라고 되물었고 달마대사는 “하나의 과보일뿐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말은 들은 양무제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달마대사는 “폐하 만약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려주신다면 제가 여기 남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양무제는 말을 못하고 달마대사는 떠나버렸다.

지금 대구통합공항 이전사업을 두고 하는 국방부의 행태가 딱 이 꼴이다. 대구시는 대구통합공항 이전 사업비를 ‘기부대 양여원칙’에 따라 5조7천700억원을 제시했으나 국방부는 7조2천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군공항 이전 사업비 재산정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게 없는데 사업비를 정하자고 강짜를 부리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통합공항 이전은 지난 3월 통합이전 후보지로 경북 군위군 우보면 일대와 의성군 비안면·군위군 소보면 일대 2곳으로 압축하고도 최종 후보지 선정과 기본 및 실시설계 등 향후 일정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 이전 작업이 장기 표류하면서 대구지역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업 원점 재검토’, ‘민간공항 존치’ 등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기부대 양여 방식’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국방부와 대구시가 사업비 재산정을 두고 다투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선문답과 같다. 활주로 크기 및 면적, 주변 비행안전구역 면적, 정비창, 계류장 등 국방부에서 원하는 시설 규모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부지도 정하지 않았고 실시설계도 이루어지지 않는 등 해보지도 않고 미리 답을 얻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이 공전되자 지역에서는 국방부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갑질을 부린다는 비판도 흘러나오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군공항은 정부시설이다. 당연히 군부대 이전은 국책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사업이다. 그동안 군부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수십년간 소음과 고도제한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군부대 이전을 요구했으나 대답없는 메아리였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는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도심 내 군부대 이전을 적극 추진했고, 국가가 대답없는 메아리로 일관하자 할 수 없이 ‘기부대 양여’방식이라도 추진하려는 것이다. ‘기부대 양여’ 방식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불리한 불공정 방안이다. 이렇다 보니 국방부는 대구통합공항 이전사업에 한 푼도 들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손 안대고 코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사업비 재산정을 빌미로 사업이 공전하자 지난 12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부도지사가 국방부 장관과 비공개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시장은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대구·경북민의 염원인만큼 최종 후보지를 연내 선정하도록 절차를 조속히 밟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경두 장관은 “법 절차에 따라 관련 부처와 협의하는 등 이전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대구통합공항 이전 부지 연내 선정이 사실상 무산됐지만 사업비 재산정을 두고 공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장관의 긍적적인 답변으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는 등 군공항 이전 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최종 후보지가 선정되고 실시설계가 나오면 결국 사업비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는 군공항 이전사업, 국가 사업을 전적으로 지자체에게만 맡길 일은 아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