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 서울대 교수 평론집
‘문학사의 비평적 탐구’ 펴내
한국 현대 문학사 새로운 해석 제시

▲ 방민호 서울대 교수의 평론집 ‘문학사의 비평적 탐구’표지.
▲ 방민호 서울대 교수의 평론집 ‘문학사의 비평적 탐구’표지.

한국 현대문학 100년을 비평한 평론집이 나왔다.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방민호(54)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가 펴낸 책‘문학사의 비평적 탐구’(예옥출판사)가 바로 그것.

22개의 평론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 현대문학사 해석을 새로운 비평적 시각으로 바꾸고자 했다. 특히 현대문학사의 중요 국면에 대한 전혀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책은 한국출판진흥원 우수 콘텐츠 지원 사업 선정 작품으로 총 594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한국현대문학의 시초로 불리는 1917년 이광수의‘무정’부터 동시대 작가 한강의‘채식주의자’까지 100년간 한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과 시, 평론을 분석한다. 또한 한국문학의 근대문학 도입 배경이 되는 중세 유럽에서 유행했던 통속 소설 장르인 로망스와 19세기 빅토리아조 영국문학‘소설’과 리얼리즘 소설, 한국에서의 소설 전통,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로 평가받는‘혈의루’등에 대한 담론도 함께 적었다.

방 교수는 한국의 신문학운동에 있어 ‘개화기’라고 할 수 있는 1920년대 문학에 있어서는‘경성 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새롭게 규정했다.

방 교수는 “경성 모더니즘은 지금껏 이야기되어 왔듯이 1930년대 전반기의 구인회를 중심으로 한 문학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략 1920년대 전반기부터 1940년경까지에 이르는, 약 15년간의 ‘장기지속형’의 복합적 문화예술운동이었다. 이것은 문학만이 아니라 영화, 만문만화, 건축, 회화 등을 아우르는 ‘운동’이며, 1930년대 전반기만의 현상이 아니라 약 세 단계의 전개과정을 가지는 생성과 절정과 쇠락을 두루 거치는 과정이다. 이 경성 모더니즘의 개념에서 이상과 임화는 하나로 만난다”고 평했다.

방 교수는 해방공간과 6·25전쟁 기간을 아우르는 ‘해방 후 8년’을 새로운 문학사 연구의 시기로 제시한다. 해방 후 8년간 한국 문학의 흐름과 주요 작가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한다. 그는 “해방 후 8년의 문학사는 두 개의 중첩된 전쟁으로 점철된 시대”라면서 “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해방된 사회이자 동시에 일종의 전후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한국전쟁은 이러한 전후 사회에 밀어닥친 또 하나의 전쟁, 그러나 훨씬 심화되고 확장된 민족적 비극이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쟁은 인간성을 변모시키며, 문학이 인간성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전쟁은 문학을 변모시킨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학계의 연구와 비평이 이 두 개의 전쟁과 문학의 관련성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성찰하는데 서툴렀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박인환 시인이 유행 풍조의 감상적 문학이 아니라 한국 모더니즘의 정신적 전통을 계승한 해방 후 ‘최초의’ 시인임을 보여준다. 또한 김수영 문학의 ‘온몸시론’이 단지 참여문학론이 아니라 시인의 자기 혁신에 관한 논리를 담은 문학적 담론임을 보여준다. 방 교수는 “박인환 문학과 김수영 문학에 대한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과연 박인환은 경박한 문학이었는가? 김수영의 ‘온몸시’론은 단순히 참여문학론인가?”라고 반문했다.
 

▲ 방민호 서울대 교수
▲ 방민호 서울대 교수

방 교수는 또 김윤식, 백낙청 등 윗세대 문학인과의 전면적 대화를 시도한다. 김윤식과 백낙청 비평이 근대화론과 정체성론을 각기 나눠 가진 1930년대 출생 문학 세대의 운명을 보여주고 있음을 제시한다. 방 교수는 이어 북한문학, 탈북문학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으로서 수용소 문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북한 현실과 문학을 근본적으로 살피고자 했다. 방 교수는‘수용소 문학에 관하여’라는 평론에서 탈북 작가 김유경의 ‘인간 모독소’라는 소설과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를 비교하며 ‘인간 모독소’에 관해 “정치범 수용소라는 ‘전대미문’의 북한의 야만적 국가 장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 비판하고 있다”고 평했다.

방민호 교수는 “나는 문학을 비좁은 현실이 아니라 드넓은 삶 자체의 표현이라 간주하되 동시에 역사와 현실과 예술의 전통을 강렬하게 의식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나는 한국현대문학사의 여러 형태의 정통과 정전과 권력에 대한 심문, 새로운 해석, 재평가를 시도한다. 내 비평의 현장은 오늘에 이르는 한국 현대문학사의 ‘모든’ 중요 국면들이다.

이 책은 그것들을 새로운 비평적 실험의 대상으로, 현장으로 간주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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