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일반 사람들에게 생소한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가 갑자기 시중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한국과기원) 대학 총장의 디지스트(대구경북과기원) 재직 당시 LBNL과의 계약 문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이의 제기로 과학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의제기가 고발과 직무정지 요청이라는 극단적 방법이었고 이에 대해 카이스트 이사회는 직무정지를 유보해 일단락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LBNL이라는 미국의 연구소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LBNL은 어떤 연구소인가?

미국에 있는 LBNL은 세계 3대 기초과학 분야 연구소 중 하나로 불리는 연구소이고, 미국 국립연구소 가운데 최초의 국립연구소로 알려져 있다.

LBNL은 신소재·생명과학·에너지효율·검출기·가속기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버클리연구소(Berkeley Lab)라고도 불린다. 사이클로트론 가속기를 개발한 어니스트 로렌스가 1931년 설립한 방사선연구소가 전신이다. 1959년 로렌스의 사망 이후 연구소 이름도 로렌스버클리연구소로 바뀌었다. 미국 정부의 위임을 받아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운영하며, 총 직원 수는 4천명으로 설립 이후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1년 예산이 수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연구소이다. 샌프란시스코 부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위쪽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데, 80년대 버클리 남쪽 팔로알토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유학하였던 필자는 이 연구소를 찾아서 꼬불꼬불한 언덕을 차를 몰고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LBNL 입구에서 조금 더 언덕을 오르면 원형으로 된 커다란 돔형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이 LBNL의 대표 연구시설로 둘레 200m에 달하는 방사광가속기 ‘ALS(Advanced Light Source)’가 있는 실험실이다.

포항공대의 4세대 가속기가 스탠퍼드 대학의 선형가속기(SLAC)와 같은 계통이라면, 원형인 3세대 가속기는 LBNL의 ALS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과학기술계에서 ALS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해에만 ALS를 사용한 실험이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건수는 1천여건. 1년평균 가동 시간은 5천시간이 넘는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핵심장비는 XM-1 현미경이라는 장비인데 X-선을 이용한 현미경이라는 뜻이다. 이 장비는 X-선을 이용해 15nm 크기의 해상도를 제공하는 첨단 과학장비인데, 주로 나노 자기장, 재료과학, 환경과학,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 등의 연구에 응용되고 있다. 세계의 유수 대학들이 탐을 내는 이러한 장비를 디지스트가 활용하여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장비 사용 계약을 한 것이다.

LBNL은 “연구비의 집행에 문제가 없다”는 서한을 보내왔고,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도 이를 보도했다. 또한 800여 명의 국내외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과기부의 처사에 이의를 제기하고,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확대해나갔다.

LBNL은 이번 사태의 중심에 선 것에 당황해 하고 있다. 다만 세계적 연구기관으로서 예산의 집행에 아무런 하자가 없고 어떠한 의혹도 없다는 발표를 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LBNL과 연구협력을 하고 있고, 미국의 여러 대학, 연구기관들과 연구 협약을 맺고 있다.

이번 사건이 그러한 연구협력에 흠이 가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여나 정치적인 이유로 이번 사건이 발단되었다면 그러한 구습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과학자, 연구자를 소중하게 여기고 보호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세계 역사를 보면 과학자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가 선진국이 되었고 발전의 선봉에 서 있었다.

세계적인 연구소 LBNL, 그 연구소의 오랜 전통의 연구윤리와 정직성을 한국의 과학계와 과학계를 지원하는 정부는 신뢰하고 이번 사태가 마무리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