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현역의원 21명을 당협위원장 교체 및 공모 배제대상에 포함시키는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현역의원들의 숫자로만 보면 일견 뭔가 쇄신하려고 했다는 느낌을 주지만 기실 그 내용은 제1야당의 환골탈태를 고대하던 국민 사이에 새로운 감동을 일구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대폭 물갈이가 예측되던 대구·경북(TK) 지역의 경우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는 세평을 받는다. 한국당의 혁신은 여전히 미완인 채로 시험관 속에 있게 됐다.

한국당이 발표한 ‘국회의원 선거구 조직위원장 임명안’에 따르면 TK 지역에서는 최경환(경산),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이완영(고령·성주·칠곡), 곽상도(대구 중·남), 정종섭(대구 동갑) 의원 등 5명이 교체대상에 포함됐다. 실질적으로 TK진박(眞朴)으로 분류됐던 인사가 포함됐으나,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은 빠졌다. 야당으로서 ‘경제통’이 절실히 필요한 당내 사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지역정가에서는 TK진박 의원들을 비롯해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지원을 받은 TK의원들이 전면 교체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당무감사 과정에서 예상외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A·B·C의원이 물갈이될 것이라는 얘기도 지역정가에 파다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TK의원 중 쇄신대상이 된 의원 상당수가 재판 중이거나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에 한정됐다. 구속수감 중인 최경환 의원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재판 중인 이완영 의원, 재판이 진행 중인 김재원 의원, 그리고 조건부 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종섭 의원이 포함됐다. 온전히 경질대상에 오른 정치인은 곽상도 의원 한 명뿐인 셈이다.

한국당의 조직개편안 발표에 거센 반발이 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후폭풍은 미풍 수준이다. 그 이유는 발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탈락이 발표된 현역의원 21명 가운데 11명이 재판을 받고 있고, 5명은 이미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실제로 배제된 의원은 6~7명 안팎이다. “탈락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할 경우 21대 공천에선 충분히 가점을 얻을 수 있다”고 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언질에 또 다른 힌트가 있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선거판이 벌어지면 ‘무조건 통합’ 논리는 더 무성해질 것이고,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화합’이 필요하다며 흐지부지될 공산이 커졌다. 결국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민심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을 게 뻔하다. 최근 들어 지지율이 약간 반등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집권 민주당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작용으로 분석해야 맞다. 국민들은 다 보고 있다. 눈 가리고 아옹하는, 이런 혁신 쇼에 머무는 한 결코 미래가 없다. 한국당은 여전히 민심을 바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