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대학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다가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와 같은 온라인 강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으로써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고, 대학 정체성(identity)의 상실, 재단과 총장의 비리, 정치화된 교수들, 입학생들의 수학능력 저하 등 위기의 요인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대학의 위기’는 결국 ‘교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고, ‘교수의 위기’는 또 다시 ‘대학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학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교수들이 위기에 직면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학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연구와 교육을 천직으로 알고 교수의 책무를 다해야 할 사람들이 권력 해바라기가 돼 권력자 주변을 기웃거리는 정치교수, 즉 폴리페서(polifessor)로 전락되는가 하면, TV출연에 혈안이 된 ‘예능 지식인들’이 목에 힘을 주고 있다. 학생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교수들의 ‘포퓰리즘(populism)’도 문제이고, ‘연구프로젝트’라는 명분으로 지식을 팔아서 돈을 구하는 ‘지식장사꾼들’마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학의 총장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캠퍼스 폴리틱스(campus politics)’ 역시 우리나라 교수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오죽하면 현직교수가 “대학의 총장 선거판을 적나라하게 들여다보면 웬만한 비위 좋은 사람도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참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겠는가.

이처럼 오늘날 교수의 위기는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외부적 요인보다 교수들 자신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연구자이자 교육자, 그리고 사회봉사자로서 교수가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교수신문의 조사에 따르면 “지식인의 죽음, 대학이 죽었다라고 하는 일부 사회적 시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70.2%의 교수들이 ‘그런 편이다’ 또는 ‘매우 그렇다’라고 대답하였다. 교수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듯이 지식인으로서 교수들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 변화에 이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병든 사회를 치료해주어야 할 ‘교수들이 먼저 병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교수사회의 위기라고 하겠다.

물론 외풍(外風)에 흔들리지 않고 연구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밤늦게까지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교육자로서 열정적인 강의와 성의있는 학생지도로 본연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혼탁한 사회의 광풍(狂風)에도 꼼짝하지 않고 ‘올곧은 선비의 길’을 고수하고 있는 ‘청정(淸靜)한 교수들’이 우리사회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고지식하고 원칙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딸깍발이’ 교수들이 대학에서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따라서 대학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는 교수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수사회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이 절실하다. 사회지도층인 교수들이 대학의 위기를 핑계로 본연의 책무에서 벗어나 일탈행위를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오히려 역설적이지만 현재 당면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교수들은 더욱 더 정도(正道)를 걸어가야 한다.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교육자인 교수가 정치권력과 돈에 민감하여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서 정치꾼이나 장사꾼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수는 돈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명예를 먹고 살아가는 사람’이며, 학생들에게 ‘가치와 당위의 문제를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교수들마저 돈과 권력 앞에 허무하게 무너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