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는 반가사유상
향기나는 여왕의 탑 분황사
남산 불곡 감실부처 모습의 선덕여왕
‘신라를 다시본다’ 특별전
경주박물관 내년 3월3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관장 민병찬)이 내년 3월 3일까지 특별전시관에서 특별전 ‘신라를 다시 본다’를 열고 있다. 현대미술 작가 6인이 현재의 시점에서 신라를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개성 넘치게 재해석한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신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경주박물관이 현대 미술작품만으로 전시를 구성하기는 처음이다

신라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기록과 구전된 이야기가 가득한 나라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담겨 있는 유적과 유물로 우리는 천 년 전 신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라의 설화와 그 문화유산은 과거에 만들어진 신라의 이미지다. 현대작가들이 만들어낸 신라의 이미지는 설화의 나라에 더욱 풍성한 상상력을 불어 넣는다.

▲ 김승영作 ‘슬픔‘
▲ 김승영作 ‘슬픔‘

‘신라는 달의 나라이다’에서는 사진작가 이흥재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가 출품한 ‘신라, 그 푸른 밤 -멀고도 가까운-’ 사진 연작은 신라시대의 고분, 무덤 앞에 자리한 감나무, 배경이 되는 하늘이 주요 소재다. 그가 신라의 달밤에 빠진 것은 우연히 황남대총 연못에 비친 푸른 하늘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과 저녁 어스름이 교차하는 짧은 순간, 붉은 하늘이 청색으로 바뀔 때의 푸른색에 주목한다.

‘고요한 부처의 마음에도 다양한 감정들이 있다’에서는 설치미술 작가 김승영의 작품이 선보인다. 작가가 매료됐던 문화유산은 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대의 걸작 안에서 가장 원천적인 감정인 ‘슬픔’을 찾아냈다. 사유(思惟)하는 보살상이 슬픈 표정을 짓고 눈을 가리는 모습으로 번안했다.

▲ 박대성作 ‘고분·옛향기’,
▲ 박대성作 ‘고분·옛향기’,

‘먹은 신라의 정신, 동양의 정신이다’에서는 수묵화가 박대성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작가 특유의 장기인 수묵으로 분황사 모전석탑과 불국사 다보탑을 그렸다. 특히 ‘고분(古芬), 옛 향기’는 선덕여왕이 세운 분황사 탑에 주목한다. 당 태종이 보낸 그림에서 나비 없는 모란꽃을 보고 향기가 없을 것임을 추론해낸 지혜로운 선덕여왕은 향기 나는 여왕의 탑, 분황사를 세웠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선덕여왕을 위한 진혼의식을 행하다’에서는 정종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선덕여왕의 실제 얼굴은 알 수 없지만, 작가는 남산 불곡의 감실 부처가 선덕여왕의 모습이라는 지역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여왕의 얼굴을 창조해냈다. 또한 전통장례에서 상여 장식에 사용한 종이꽃(지화·紙花)으로 화폭 양쪽에 ‘慶祝(경축)’글씨를 장식해 선덕여왕을 위한 작가의 진혼(鎭魂) 의식을 보여준다.

‘신라의 소리로 전 세계에 자비를 전하다’에서는 임옥상 작가의 작품‘월인천강, 신라의 소리’가 선보인다. 그가 집중한 것은 신라의 소리,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다. 범종 소리는 부처의 말씀이다. 작가는 ‘하나의 달이 세상 모든 물과 강에 비춰지는 것(月印千江)’처럼 부처의 소리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다.

▲ 정종미作 ‘선덕여왕’
▲ 정종미作 ‘선덕여왕’

‘디지털의 눈으로 신라를 본다’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을 소개한다.‘천년의 빛’에서 디지털 영상이 해석한 반가사유상, 석굴암 본존불상 그리고 금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유물의 색과 형태를 다르게 보여준다. 작가는 우리가 익히 보아온 신라를 디지털 기호로 뭉개고 요동치게 한다.

이와 함께 참여 작품의 개성을 볼 수 있는 ‘전시 소개 영상’과 작가들의 작품 제작 의도와 작품 뒷이야기 등을 생생한 인터뷰로 만날 수 있는 ‘작가 인터뷰 영상’도 마련하했디. 또한 전시 기간 중 전시 작품을 설명하는 큐레이터와의 대화(격주 수요일 오후 2시)도 진행한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재해석하고 예술가들에게 창작 동기를 부여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추운 겨울날,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이번 전시에서 보는 즐거움, 듣는 기쁨뿐만 아니라 설화의 나라, 신라를 상상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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