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봄과 여름에 정든 모습들 모두

어디로 갔느냐

바다는 더 조용하고 소문에는

그해 전쟁도 이미 끝나 겨울에

아이들은 더러 먼 친척을 따라

떠나가고 날마다

골짜기를 덮으며 눈 내려서

추위에 그슬린 주먹들로 깨진

유리창에 매달린 얼굴들도

그렇게 쉽사리 서로를 용서하지

않았다

한국전쟁 이후 혼혈아들이 있는 고아원 풍경을 애틋한 심정으로 보여주고 있는 시다. 피부 색깔이 다른 아이들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그들 아버지의 나라 미국과 흑인들의 옛집 켄터키를 떠올리며 우울한 시대에 불행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더러는 차갑고 막막한 세상의 구석으로 떠나고 어둠과 그늘 속에서 어둠과 그늘이 되어 살아갈 아이들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