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제도는 시대와 나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천돼 왔다. 우리나라만 해도 고려와 조선 초기시대까지는 자식에게 골고루 상속을 주는 남녀균분 상속제도가 대세였다.

역사학자에 의하면 생활이 안정되지 못한 유목사회는 말자(末子)상속이 선호되었고,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든 농업사회에 와서는 장자(長子)상속으로 바뀐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고 한다. 상속은 부모의 봉양과 가통의 계승, 생존이라는 삶의 본질적 문제 속에서 자연스레 발생한 사회 관습이라 볼 수 있다.

말자상속은 성숙한 아들이 차례로 분가(分家)하고 마지막 남은 아들이 가계를 계승하는 제도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재산권과 사회적 권위를 유지하며, 가장 오랫동안 자식의 보필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장자상속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일반화된 사회 관습이다. 부모의 봉양을 맏이에게 맡기고 부모 사후의 제사도 맏이가 책임을 진다. 그 대신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사회적 당위성을 갖게 한다.

우리나라의 장자상속은 혈통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영향을 받아 조선 중기 이후 나타난다. 균분상속은 자식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주다 보니 모두가 가난해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이를 보완한 측면이 있는 제도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아들 선호사상이 강한 우리 사회에 장자상속에 대한 지지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이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2017년 노인실태 조사’에서 응답 노인(65세 이상)의 59.5%가 “자녀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눠 주겠다”고 답했다. “장자에게 더 주겠다”(9%), “장자에게만 주겠다”(2%) 등으로 재산상속에 있어 장자 우대를 고집한 사람은 11%에 불과했다. 자신을 위해 쓰겠다(17.3%)는 답도 장자 우대 답보다 더 많았다.

상속문화의 변화는 그 시대 사회상을 반영한다. 우리 부모의 자녀관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장자상속은 이젠 흘러간 구시대 유물로 전락할 처지가 된 셈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