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혜숙대구가톨릭대 교수·인성교육원
▲ 유혜숙대구가톨릭대 교수·인성교육원

연일 폐지 줍는 노인들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술에 취한 20대가 폐지를 줍는 70대 할머니와 말싸움을 벌이다 뺨을 때리고 폭행한 기막힌 사건도 있고, 폐지 줍는 80대 노인을 주먹으로 때려 돈을 빼앗고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한 사건도 있다.

차가워진 날씨 속에서도 하루하루 폐지를 주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폐지 줍는 노인들은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고단하고 힘들게 살아가시는 분들이기에 이 모든 사건은 더욱더 큰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힘들지. 근데 돈 벌려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지. 폐지가 100㎏이면 돈으로 따지면 7천 원밖에 안 돼. (우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엄청 무시해.”

얼마 전 한 방송에서 흘러나온 한 폐지 줍는 노인의 인터뷰다. 이처럼 폐지 줍는 노인들은 돈도 얼마 벌지 못할 뿐 아니라 자칫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17년에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25년에는 21% 이상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8년 1분기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하위 1분위 가운데 70세 이상 노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43.2%에 이르고, 노인 일자리 수요 충족률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수요 충족률은 42.7%에 그친다. 일자리 여건이 좋지 않아서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노인은 119만5천 명인데 반해 노인일자리 수는 51만 개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 7일 정부는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정책을 대거 발표됐다.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연금 강화부터 생활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까지 다방면에서 지원이 이뤄진다. 특히 정부는 5060세대를 ‘신(新)중년’이라고 정의하며, 이들의 ‘두 번째 일자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2022년까지 노인 일자리 80만 개를 목표로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46.5%로 OECD 평균(12.5%)의 4배에 달할 정도로 높다”며 “은퇴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60세 이상 인구(2017년 기준 1천53만명) 중 344만명이 활동 능력이 있고 일자리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 일자리 공급 여력은 43만7천여 명선에 불과하다. 정부는 신중년 세대 재정 지원 일자리를 올해 1만8594 명에서 내년에는 4만3810 명 이상으로 늘린다. 그간 은퇴자들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장에서 퇴직해 갑작스러운 자영업 전환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는 소득 격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만들어 신중년 세대가 일자리에서 점진적으로 퇴직하고 재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고용노동법을 개정해 근로자가 정년 이후 연금을 수급하는 나이까지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사업주가 마련하도록 ‘사업주 노력 의무’도 부과할 계획이다.

연로하신 나이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직접 손수레를 끄는 노인들이 온종일 헤매면서 폐지를 모아 받는 돈은 하루 만 원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하루하루 생계와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노인, 특히 기초생활 수급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노인들에게는 양질의 노인 일자리와 사회활동이 필요하고,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가족과 이웃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