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산을 꼽으라면 앞산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접근성 면에서 팔공산보다 더 친근감이 있는 산이다. 앞산은 좌우로 산성산과 대덕산을 두고 있는 해발 660m 높이의 높지 않은 산이다. 앞산에는 다섯 개의 골이 있다. 대덕(大德)골이라 불리는 큰 골과 고산골, 안지랑골, 용두골, 달비골 등이 그것이다.

그 중 안지랑골은 고려 태조 왕건이 견훤과 싸움 끝에 도망쳐 피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싸움에 패해 지친 몸을 이끌고 이곳에 와서는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고 한다. 안지랑이라는 말은 원래 왕지렁이에서 유래됐다 한다. 지렁이의 정기를 타고 났다는 견훤이 공산전투에서 패한 왕건을 쫓아 이곳에 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 다른 설은 이곳의 물이 청결하여 질병 치료에 좋다는 소문이 나 앉은뱅이가 여기 물로 치료받고 일어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왕건이 이곳 물을 마시고 기운을 차렸다는 것과 물이 청결해 영험했다는 얘기로 미뤄보아 안지랑골의 물이 영험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50∼60년 전만해도 안지랑골은 피부병을 고치기 위해 대구사람이 많이 찾아왔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거나 안지랑골은 여름철이 되면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해 찾아왔던 대구시민의 안식처였다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안지랑골 입구가 곱창 골목으로 바뀌었다. 젊은이가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로 등장했다. 대구의 10대 대표음식의 하나인 막창과 곱창구이를 테마로 50여 곳의 식당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밤이면 젊은이가 붐비는 불야성의 명품 골목이 됐다.

안지랑 곱창골목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의 ‘2018년 한국관광의 별’에 뽑혔다. 국내 우수한 관광자원을 알릴 목적으로 해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의 별은 올해로 8번째를 맞고 있다. 대구서는 근대골목과 서문시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대구시 등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3곳을 삼두마차로 해 대구의 관광산업을 빛내보겠다고 의욕이다. 안지랑골이 상전벽해(桑田碧海)한 모습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