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또?… 공직사회 병들었나
음주운전 또?… 공직사회 병들었나
  • 이바름·이시라 기자
  • 등록일 2018.12.12 20:40
  • 게재일 2018.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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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공무원 최근 잇단 적발에
그저껜 차까지 훔쳐 만취 운전
윤창호법 잉크 마르기도 전에
경각심커녕 기강해이 도 넘어
대통령·여론 비난 일색 상황서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 내놔야

연말연시를 앞두고 건전한 사회기풍 조성에 앞장서야 할 지역 공직사회가 잇단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됐지만 포항과 구미 등 도내 공직자들의 음주운전이 줄을 잇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12일 포항시 공무원 김모(51)씨를 절도 및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후 11시 40분께 포항시 북구 우현사거리에서 포항사격장 방면으로 SUV 차량을 몰고가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콜농도는 무려 0.2%였다. 그냥 소주 한 두잔 마신 상태가 아니라 만취상태였다.

더구나 김씨가 운전한 차량은 차주가 북구 창포동 편의점에서 일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인근 도로변에 시동을 건 상태로 세워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훔친 것으로 경찰 조사 드러났다.

김씨는 포항시청에서 포항남부소방서로 파견돼 지진수습 업무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포항북부경찰서 소속 이모(47) 경위가 포항시 남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 중인 경찰에 적발됐다.

이 경찰관의 혈중알콜농도는 0.07%, 면허정지 수치였다. 경찰은 관련자를 바로 대기발령하고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구미시공무원노조 간부 이모(50)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전날 부서 회식에서 참석해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혈중 알콜농도는 0.135%로 면허취소 수치였다.

지난 10월에는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서울 강남구 청담공원 인근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 검찰에 벌금 200만원 약식기소됐다. 이 의원은 특히 ‘윤창호법’을 공동발의하면서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라고 질타한 뒤 10여일만이어서 비난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김모(56·북구 두호동)씨는 “최근 들어 지역 공무원들이 연이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는 것은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반증”이라며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한 잔 정도는 괜찮아’라는 이기적이고 안이한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더 문제”라고 강조했다.

휴가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식물인간 상태를 거쳐 결국 사망한 고 윤창호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국회는 ‘윤창호법’을 통해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크게 높였다.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처벌 규정을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부상사고 발생 시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무겁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처벌 강화 대책을 주문했었다.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반영해 사법당국의 판단도 엄격해지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2만668건 가운데 징역 또는 금고 등 실형을 선고받은 건수는 2천217건(10.7%)이다.

실형 선고 건수가 2013년 1천151건에서 2015년 1천539건으로 400건 이상 느는 등 법적 제재가 강해졌다는 뜻이다. 또 음주운전이라는 범죄의 무게감이 그만큼 강화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공무원들의 음주운전 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전국 시·도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음주운전을 한 공무원에 대해 강력한 제재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충남도는 내년 1월 1일부터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승진 심사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공무국외연수나 맞춤형복지점수, 공무원 휴양시설 이용 등도 제한하기로 했다.

대전시는 최초 음주운전이 적발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 기존 ‘견책’에서 ‘감봉’으로 징계 수위를 높였다.

울산시 역시 음주운전을 한 공무원 징계 수위를 ‘최소 감봉’ 이상으로 강화했다.

한편,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2017년 간 경찰이 적발한 음주운전자는 약 92만 6천674명으로 지난해만 20만 5천187명, 하루 평균 56.2명이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의 재범률은 44.7%로, 마약사범 재범률 36.3%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부상·사망자는 2015년 4만2천880명, 2016년 3만4천432명, 지난해 3만3천364명이다. 음주사고 1건당 최소 2명 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각각 583명, 481명, 439명이었다.

/이바름·이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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