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활기 잃은 포항 구룡포… 전통시장 찾아 가 보니
시장거리 적막강산 … 속타는 상인들 “이런 적 처음이야”

▲ 12일 오전 한창 대게·과메기 철을 맞아 생기가 넘쳐야 할 포항 구룡포시장이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안 좋다, 안 좋다 해도 이렇게 안 좋은 적은 없었다 아입니까.”

겨울을 맞아 지역 특산품인 과메기, 대게 철이 돌아왔으나 포항 구룡포항의 활기가 예년 같지 않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지진의 아픔을 견뎌내고 1년 만의 성수기를 맞았지만, 추운 날씨에 경기까지 얼어붙으면서 상인들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12일 오전에 찾은 포항 구룡포시장은 그야말로 정적이 흘렀다.

시장 앞 공영주차장의 버스전용 주차공간에는 관광버스는커녕 제멋대로 대어놓은 승용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행인 한·두 팀만 구룡포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마저도 쇼핑을 하는 둥 마는 둥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시장 밖을 금방 나서버렸다.

시장 내 상가에는 사실상 자리를 지키는 상인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타지에서 온 것 같은 이들이 시장에 들어서자 과메기, 말린 수산물 등을 시식해보라며 조심스레 권하기도 하고, 어떤 상인들은 손님맞이를 포기한 듯 하릴없이 근근이 지나가는 사람들만 쳐다보곤 했다.

과메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상인에게 “요즘 경기가 어떻냐”고 조심스레 묻자 “말도 못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맨날 어렵다고 말만 했지 장사하다 이렇게 경기를 심하게 타는 적은 처음”이라며 “상인들 다 어렵다고 난리”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시장의 활기가 떨어져 상인들의 근심이 커지는 가운데, 금어기가 풀리며 제철 맞은 대게의 생산도 아직 예년 같지 않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통상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게 조업이 한창인데 전년(2016년 11월∼2017년 5월) 약 545t이었던 대게 위판 물량은 올해 5월까지 약 497t에 그쳤다. 조업 초기인 한 달간 위판 물량도 전년동기대비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울릉도에서 오징어 생산량이 지난해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등 심각한 상황이지만 구룡포 역시 ‘오징어’가 ‘금징어’로 둔갑하면서 이중·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다. 상인들은 불경기에 오징어 가격까지 치솟아 장사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 수산물 상가 주인은 “경매에 나가면 오징어 20마리에 괜찮을 때는 1만5천원에서 2만원, 비싸다 싶으면 3, 4만원했는데 오늘 경매는 8만5천원에 나갔다”며 “구룡포에서는 피데기(반건조)나 회 등으로 생각보다 오징어 수요가 많은데 이렇게 심각하게 귀한 적은 장사하고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상주∼영덕 고속도로 및 포항∼영덕 철도 개통으로 영덕에 대해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구룡포를 찾는 이들이 줄어드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 강구항의 경우 고속도로 개통으로 충청과 수도권 관광객이 급증하는 등 계절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또 다른 상인은 “2016년에는 연말에 AI로 해맞이 행사가 취소돼 힘들었고 지난해에는 지진 여파로 타격을 받았는데 우리도 관광객이 유출되지 않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세리기자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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