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새 원내대표로 나경원 의원을 선출한 것은 대단히 복잡한 당내 역학 구도를 현저히 대변한다. ‘반문재인 투쟁’을 전면에 내건 그는 소속 의원 투표 103표 가운데 68표를 얻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첫 여성 원내대표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출범을 바라보는 시각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무조건 ‘통합’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혁신’부터 일궈내는 것이 순서다.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수통합’에 대해서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통합을 위해 “당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바른미래당 의원 중에서 몇 분이 원내대표 선거 이전에 입당을 희망한 것으로 안다”면서 개별입당 추진 의사를 비쳤다. 그럴 수는 있겠지만, 그게 우선순위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 민심이 한국당을 외면하고 있는 원인부터 제거하지 않고 덧셈만 추구하는 것은 순서가 바뀐 접근이기 때문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결의안’ 이슈에 대해서는 “한국당이 더 이상 과거로 가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결의안은 과거에 발목 잡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계파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탄핵을 한 게 잘못이다, 아니다, 그리고 친박이다, 아니다라고 삿대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불씨를 마냥 덮어두고 가자는 뜻으로 들려 걱정스럽다.

갈등의 해법으로 “쉽지 않겠지만, 내 탓이라고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또 “적재적소와 탕평인사 원칙에 맞춰 인사를 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냥 참아야 한다, 사람을 골고루 쓰겠다는 처방인데, 좋은 생각이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그것만 가지고 내부 균열을 다스려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여 투쟁과 관련하여 나 원내대표는 “‘국민공감 투쟁’을 해야 한다. 우파 가치를 지키고 중점 추진법안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목소리만 요란해서는 안 된다. 힘이 부족하다고 해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래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에 서툴렀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지금처럼 힘을 못 쓰는 정당이 돼버렸다는 것은 어김없는 진실이다.

‘집단지도체제’가 개인적 소신이라는 나 원내대표의 인식은 ‘봉숭아학당’처럼 중구난방의 구제 불능 정당으로의 퇴락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쨌든 숫자 늘리기부터 몰두해서는 안 된다. ‘통합’은 ‘혁신’이 제대로 되고, ‘국민 공감’을 일궈내면 저절로 된다. 나경원 사령탑을 바라보는 ‘우려’를 한시도 허투루 여기지 말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