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규열한동대 교수
▲ 장규열한동대 교수

해외여행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미국을 간다면 날씨 좋은 로스앤젤레스로 가고 최첨단을 만끽하러 뉴욕으로 가며 새로운 풍광의 플로리다로 간다. 수도권이라 하여 모두 워싱턴으로 가지 않는다. 일본을 가도, 전통의 교토와 남국정취의 후쿠오카 그리고 설국 삿포로를 찾는다. 물론 초행길로는 도쿄를 찾기도 하지만. 중국을 가도 북경을 한번 거친 다음에는 삼지사방 여러 지역들을 찾는 것이 여행하고 방문하는 이들의 꿈이며 로망인 것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떨까. 관광하러 이 나라에 도착하는 그들은 무엇을 보러오며 어디를 찾아가고 있을까. 아니, 우리들 자신에게 물어보자. 대한민국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서울’ 말고 자신있게 권할만한 또 다른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우리에게는 어째서 서울과 수도권 말고는 얼른 떠오르는 곳이 없는 것일까. 나라를 경영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구상하고 기획한 탓도 물론 있겠지만 지역은 지역대로 빛나게 만들지 못한 책임이 혹 없을까. 그리고 그 책임은 지방 정부에만 있는 것일까. 최근, 에어포항이 경영난과 재정난으로 개업한 지 일년도 못 되어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포항시는 새로운 지역항공사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어차피 같은 조건이라면 새로운 항공사가 들어선들 뾰족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사라질 항공사를 대체하는 일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지역에 항공사가 맡을 소임에 관해서 뿌리부터 다시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 지방 정부의 지원으로 그 명맥을 겨우겨우 유지하는 항공사는 지역 재정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어찌 해야 하는가.

포항공항을 본격적인 국제공항으로 사용할 수 없을까. 문화와 관광 자원으로서 인근 경주는 손색이 없다. 대한민국을 찾을 해외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대한민국’으로 알려내고 초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신라 왕경의 전통이 그렇고 넘치도록 풍성한 관광자원이 그렇다. 해외 관광객들이 도착할 포항도 머물러 즐길만한 배경을 제공한다. 멋진 바다가 있고 아담한 운하도 있다. 아기자기한 도심도 가꾸어 볼만 하고 구룡포의 정취도 나름 매력적이다. 경주와 포항을 묶어, 대한민국 관광의 ‘두 번째 중심’으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외 관광객들이 그렇게 새롭게 일구어 낼 ‘포항·경주’로 들어오는 관문으로 포항공항을 삼으면 되지 않을까. 일본을 가면서 전통의 쿄토를 찾듯이 한국에 오면서 문화의 포항·경주를 찾도록 만들어 낼 수 없을까.

서로 인접한 경주와 포항이 미래 비전의 한 방향으로 경제적, 행정적 통합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리고 유지하면서 상생의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문화와 관광’을 통로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동시에, 이 나라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폭넓게 활용하는 새로운 단초를 제공하면서 또 다른 입국 포인트(entry point)의 기능을 포항공항이 담당하게 하면 썩 훌륭한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두 도시가 머리를 맞댈 뿐 아니라, 경상북도가 지원하고 중앙정부도 함께 할 까닭이 충분하지 않을까. 해외로부터 이 나라를 찾는 손님들이 서울만 보고 돌아가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가치로 보아도 식상하고 재미없다. 이 나라를 다시 찾을 까닭을 만들어 주어야 하며, 그들이 이전보다 더욱 즐길 대한민국을 준비하여야 한다.

에어포항이 주저앉는다고 함께 가라앉을 포항이 아니다. 지역과 함께 손잡고 더불어 호흡하며 상생의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포항과 경주 뿐 아니라 경북과 대한민국 관광의 스토리를 새롭게 일구어 갈 텃밭으로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역경을 기회로 활용하면서 상상과 창의로 솟아오르는 지역이 되었으면 한다. 있었던 정도로만 복구하는 게 아니라, 이전보다 더 높이 날아오르는 지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