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수산업 인력난 심한데도
20t 이하, 외국인 2명만 허용에
전체 어선원 40% 초과도 안 돼
내국인 없는데다 대부분 고령
잇단 해상 사고 원인으로 지목
정부 방관만 말고 대책 세워야

“안전한 조업을 위해서 선원 좀 구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인력난에 허덕이는 경북 동해안 소형어선 선주들의 요구다. 수산업이 대표적인 3D(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업종으로 꼽히면서 젊은 인력의 유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국인 선원을 고용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척당 2명을 넘길 수 없다는 까다로운 현행법에 제약을 받으면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로 조업에 필요한 승선인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해난사고까지 잇따르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1일 포항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올해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한 응급구조신고는 올해만 12건이다. 대부분 소형어선은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해경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회항하고 있어서, 집계되지 않은 사고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지역어민들의 전언이다. 조업 중 사고는 그물·통발을 끌어올리거나 내리는 과정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 5월 29일 오후 6시께 호미곶 100㎞ 해상에서 한 자망어선 선원이 투망작업을 하다 우측다리 일부분이 잘리는 참변을 당했다.

어민들은 이러한 사고 대부분이 인력이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입을 모았다. 머릿수가 부족해서 한 선원이 여러 작업을 하다 보니 집중력이 분산돼 사고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감포지역 한 소형어선 선장은 “한 사람이 크레인을 움직이면서 그물정리를 도와야 하는 등 정신이 없다”면서 “외국인 선원을 빼고는 대부분이 나이도 많다. 젊은 사람들보다 순발력이 떨어져 돌발상황에 잘 대처하지 못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나홀로 조업’에 나서는 어민들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8월 20일 오전 4시께 1.22t 통발어선을 몰고 조업에 나섰던 한 어민이 실종됐다가 이틀 뒤 바다 위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발을 헛디뎌 바다로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동료가 1명만 있었어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손이 모자라 조업을 포기한 어선도 속출하자, 그 해법으로 지역 어민들은 외국인 고용형태 개선을 주장했다.

현행법상 20t 이하 소형어선들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데, 업종별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이 척당 2명을 넘을 수 없다. 또 전체 어선원의 40%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도 겹규제로 붙어 있다. 선장이 국내 선원 1명과 외국인 선원 2명을 고용해도 출항이 어려운 셈이다.

구룡포에서 연안통발어선을 운영 중인 한 선주는 “올해는 국내 선원을 구하지 못해 배를 놀리고 있다. 외국인 선원 2명은 금방 구했지만, 내국인은 지원자가 대부분 60대 이상이어서 하는 수 없이 조업을 포기했다”면서 “외국인 제한 규정만 없어도 조업이 가능했을 것 같다. 수년째 정부기관에 건의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제주연구원 좌민석 책임연구원은 “20t 미만 소형어선을 비롯해 국내 수산업은 외국인어선원 없이는 어로행위가 성립하기 어려운 실정에 처해 있다. 20t 이상 어선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선원법이 적용돼 관련 기준이 조금 완화되지만, 소형어선이 적용받는 현재 근로기준법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최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선원 부족 문제와 관련한 국회토론회를 내년 초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그동안 유자망 선주협회, 안강망선주협회, 연안자망협회 등 관련 단체 건의를 받아 선원수급 개선을 위한 외국인 선원 고용 확대를 지속해서 촉구해왔다. 20t 이상 연근해 어선들의 외국인선원 고용 확대내용이 골자가 될 전망이지만, 소형어선에 대한 대책도 논의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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