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얼어붙은 민심(民心) 만큼이나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동장군을 보내 매운 맛을 한번 제대로 보여주려는 자연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그저 춥다고만 호들갑이다. 세상의 이치가 곧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망각하고 사는 것이 인간의 법칙이라는 궤변(詭辯)에 빠진 인간들의 겨울나기가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물리적인 기온으로만 보면 극지방 아니면 다른 어디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해본 기온은 심리적 기온이다. 아마도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추위만큼 아픈 추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과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보다 더 춥고 아픈 겨울을 보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이 나라 학생들이다. 교육이 정치 도구가 되어버린 이 나라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 그들만큼 춥고 불안한 겨울을 보내는 이가 또 있을까?

분명 이 나라 교육은 교육의 순수 본질에서 멀어졌다. 특히 이번 정권 들어서는 더 노골적으로 정치 도구가 되어버렸다. 자사고, 특목고 폐지 등에서부터 수상한 정치 냄새가 났다. 낙하산 정치 교육 관료들은 내신 관련 사건들을 터트리면서 내신 불신(不信) 분위기를 조장하더니 급기야는 내신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수시 비율 축소를 이야기했다. 그와 동시에 정시를 늘리는 대학에는 인센티브를 준다는 기괴한 꼼수까지 쓰고 있다. 그와 동시에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반드시 손보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 수위가 도가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수능 점수가 발표되고 너무 무책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그 기자 회견의 주인공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원장이었다. 그는 2019년도 수능채점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올해 수능 난이도로 인해 전국 수험생들과 학부모님들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드려 (중략)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누구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었다. 사과 한 번으로 끝이었다. 12년, 아니 그 이 이상을 오로지 한 시험을 향해 달려온 이들을 달래기에는 너무도 무책임한 사과였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등 그 어느 정부보다 책임을 강조하는 이 정부가 정작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잘해보려고 한 건데 어쩌라는 것이냐?”라는 식으로 더 큰 소리를 치며, 자신들 사람 감싸기에 온 힘을 쓰고 있다. 정말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有分數)다.

현 정부 들어서 하는 일치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대학시절부터 북쪽 공부를 한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북쪽 일엔 사활을 걸면서 정작 국내 일엔, 특히 교육엔 영 젬병이다. 교육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킨 것 빼고, 현 정부의 낙하산 정치 교육 관료들이 한 일이 무엇이 있나? 교육 혼란의 책임을 과연 우리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필자는 현 정부의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정시를 확대하든, 아니면 수시를 지금처럼 존치하든 어차피 입시지옥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성적지상지의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에서 학교 교육은 학생 죽이기밖에 안 된다는 것을 정말 모르는 걸까. 이왕 개혁할 거면 소위 말하는 명문대 병에 걸려 있는, 또 서열주의에 빠져 있는 기성세대들에 대한 재교육부터 아주 강하게 하면 어떨까. 그런데 이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면 제발 좀 솔직해지자. 현 정부가 있는한 대학교든, 회사든 시험 성적 하나로 서열화시켜서 뽑겠다고. 그러니 꿈·끼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시험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그리고 하루빨리 수행평가와 자유학기(년)제 같은 뜬구름 잡는 교육제도를 없애주겠다고.

언론들은 말한다. 지금 같은 수능은 학교 공부만으로는 어렵다고! 과연 이번 불수능의 의도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