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며칠 전 한통의 이메일이 필자를 들뜨게 한다. 한자로 된 송신인을 보면서 삭제하려 했던 이메일을 들여다 보는 순간 감격의 희열이 다가왔다.

교수로서 3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기쁜 순간이기도 했지만 한국대학의 국제화, 외국인 학생수 급증에 대한 찬반 논란에 한마디를 확실하게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10여년 전 포스텍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한 중국인 졸업생이 갑자기 소식을 전해왔다. 중국에서 아주 잘 나가고 크게 성공했는데 포스텍 장학금 기금인 ‘현은기금’에 5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연락과 이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다며 가족 사진도 보내왔다. 사진에서 보는 그의 모습은 자신만만하면서도 한국 포스텍에서의 교육, 그리고 지도교수에 감사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의 기부금은 작년 은퇴식 때 몇 명의 졸업생이 각출한 금액과 같은 금액으로 포스텍에 진 빚을 갚겠다는 것이었다. 28년간 89명의 석박사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가장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가 고국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졸업생이었기에 더욱 의미 깊게 다가왔다.

외국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70, 80년대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던 외국 유학생들이 2000년대 들어 급증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8만명에 이르렀고, 2018년 14만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단위 인구당 숫자로는 중국은 물론 일본보다 많아졌다. 외국 학생이 많아야 명문대로 인정하는 분위기도 외국인 학생 유치에 한몫하고 있다. 대학의 급속한 국제화 또한 베트남 유학생들처럼 봉급 많은 한국업체에 취직을 위해 몰려오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 유학생은 최근 5년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외국인 유학생 급증이 가져온 가장 큰 수혜는 국내 대학의 국제화다. 외국인 학생이 유입되면서 국내 대학에선 영어강의 비율이 높아졌고, 외국인 교원 임용도 늘었다. 현재 국내 주요 대학의 영어강의 비율은 주요 대학의 경우 평균 30% 이르고 전국 평균도 10%를 넘어선다. 70, 80년대는 생각지도 못했던 영어강의였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 캠퍼스에서 국제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국내 학생들에게 외국인 학생 증가가 가져온 큰 장점이다.

사실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외국을 경험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그동안에는 책이나 매체 등 간접경험으로 접해 온 외국을 대학에 들어와 유학생을 통해 만나게 된다는 얘기다.

외국인 학생 증가가 가져온 또 하나의 큰 장점은 국내 대학에서 수학한 외국인 학생이 ‘친한파’로 육성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졸업 후에는 한국을 알리는 민간 대사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을 다녀간 유학생들이 각 분야에서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게 된다.

장학금을 보내온 중국학생은 우선 교육에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한국과 중국의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불편하다고 하여 외국인 학생을 기피하는 교수들을 가끔 본다. 언어나 습관 때문에 다소 불편하다고 하여도 외국인 학생이 가져오는 이점은 위에 열거한 것처럼 아주 많다.

‘버튜얼 코리아(Virtual Korea)’라는 말을 즐겨 쓴다. 국토는 작아도 이렇게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 통해 친한파 외국인을 양성하는 것은 과거 미국이나 영국이 추구해왔던 유학생 정책과 같은 맥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 펼쳐질 외국인 유학생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