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예산시즌이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치사 경쟁이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지고 있다. 표심에 울고 웃는 게 정치인들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그저 낯뜨거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역민들 뇌리에 “대체 뭘 잘했다고?”라는 의문이 마구 일어난다. 초라하게 쪼그라든 TK(대구·경북)의 정치 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현상에 씁쓸하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 중에서 TK 지역에 지원될 국비가 일부 늘어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TK발전위원회와 한국당 TK의원들 간의 자랑질 경쟁이 벌어졌다. 대구시는 당초 정부안보다 1천817억 원이 증액된 3조719억 원을 확보했고, 경북도는 8조6천억 원으로 3천952억 원이 증액됐다. 이를 놓고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여야 지역의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TK발전위원회와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TK발전특별위원장인 김현권 의원은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에서 선정한 30여 건의 주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40여 일간 총력을 기울였다”며 “홍영표 원내대표, 조정식 예결위간사, 김태년 정책위 의장과 수시로 협의해 TK예산 확보방안을 강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당 TK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예산소위에 참여한 송언석(김천), 곽상도(대구 중·남) 의원의 역할 뿐만 아니라 시도당위원장 및 지역의원들이 힘을 합쳐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TK지역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정치인들의 역할이 컸다는 주장이다. 지역민들은 내년도 TK예산이 어떤 홀대를 받고 있는지 낱낱이 기억한다. 대구시의 국비사업예산은 당초 4천100여 억 원 이상 대폭 삭감돼 올해 예산보다는 1조2천억 원이 줄었다. 경북은 4천3백65억 원이 삭감돼 금년 예산보다는 1조8천억 원이 줄었다. 서울이 44%, 경기 26%, 인천 33%, 충청권과 호남권도 10% 정도 늘어난 것과 대조되는 참상이다.

TK예산이 얼마나 형편없는 취급을 받고 있는지는 그 구체적인 도표가 스마트폰을 타고 돌아다니며 전국적으로 남우세를 당하고 있는 판국이다. 애초 정부가 TK예산을 왕창 깎아댄 것에 대해 집권당인 민주당은 책임이 없는가. 소아병적인 분열과 갈등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초래해 TK정치 위상이 만신창이가 된 비극에 대한 한국당의 귀책사유는 또 어떤가. 서툰 공치사를 동원해 민심을 호도할 생각에 앞서서 겸허한 자세로 성찰하는 모습부터 지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도리다. 막판에 가까스로 조정 복구된 일부 예산을 놓고 벌이는 알량한 공(功) 다툼이라니, 도무지 수치심이라곤 모르는 정치권의 야릇한 행태에 낯간지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