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화가는 미술이 갖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에서 오는 환희와 재미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며 그의 영혼이 담긴 작품을 통해 인류를 감동시킨다.

예술가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상 이상의 창의적 사고와 독창적 조형요소로 작품을 재구성하여 만들어 낸다. 이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극복하며 자유로운 시각적 조형미를 구현해 내는 작가만의 천재적 능력과 반복된 훈련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더불어 예술가들에게 상상력이란 마음의 자유로운 활동이며 새로운 사실을 창조하는 핵심적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억과 상상력은 과거로부터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응용하기도 하며, 그가 살아온 경험을 통해 축적해 온 구체적인 결과로 이루어진다. 이런 기억들은 상상에 의한 상징적 이미지로 재창조되기도 하며 결국 화가들에게 창조성은 무한한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주관적 판단으로 제작되는 독창적 문화인 셈이다. 이처럼 예술에 있어 상상력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이미지들을 마음속에서 생산해 내는 능력이 되며 나아가 인류 문명과 문화발전의 근원이 된다.

인간의 상상 활동은 매우 다양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과학자와 예술가의 경우 상상력에 있어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의 상상력은 실재나 법칙의 발견, 그리고 이론의 수립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상상은 다른 상상보다 객관적이고 보편성에 맞추어졌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과학자처럼 증명이나 검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상상은 그들 스스로 욕구와 감정, 사상, 가치 등과 관련된 상상이라는 점에서 ‘예술만을 위한 상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은 주로 미래나 미지의 경험에 관계하고 현실을 넘어선 상상을 통해 대상을 만들어 내며 구성하는 특징을 갖는다. 이처럼 상상력은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정신활동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며, 이성적 활동이 된다. 그리고 창조적 사고를 낳는 원천이자 인간의 모든 정신활동을 포괄하는 총체적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미술활동 중 지난 20세기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던 시대로 잘 알려져 있다.

다다이즘을 시작으로 추상회화, 입체파의 활동은 기존 미술의 사고와 발상에 큰 변화를 주는 전환점이 되었으며, 새로운 발상은 이런 예술가들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프랑스의 혁명적인 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창작활동은 그동안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던 미술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난 상상력의 결정체였다.

그는 1917년 남성용 소변기를 미술관에 설치하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전시장에 놓인 소변기는 사물의 원래기능에서 벗어나 미술품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화가의 상상력과 관람객들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새로운 개념으로 탄생한 것이다.

다디이즘의 다다가 ‘어린아이의 장난감 목마’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붙여진 것만 보더라도 당시의 예술가들의 상상력은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피에로 만초니의 ‘미술가의 똥’(1961)처럼 배설물이 담긴 깡통이나 심지어는 데미언 허스트의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1991)과 같은 파격적인 현대미술이 탄생하는 발단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상상력은 화가들의 창조활동에서도 그렇지만 작품 감상과 사고활동을 하는 감상자들에게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감상자들은 그림의 조형요소나 원리에 따른 직관적 인상이나 새로운 느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림 속 특징의 상호 관련성에도 사고하는 훈련을 한다면 새로운 현대미술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