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홍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우리나라 남성 평균수명은 2017년 기준 79.7세, 여성은 85.7세로 일본의 81.09세, 87.26세와 큰 차이가 없다. 2018년 9월 현재 일본의 100세 이상 고령자수는 6만9천785명인데 우리나라는 1만8천582명이다. 절대수치는 일본보다 적지만 일본 인구가 우리보다 2배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도 아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100세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만일 현재 90세 이상 고령자가 5년 후까지 생존했을 경우 전국의 100세 이상 고령자수는 6만2천862명, 10년 후까지라면 무려 22만3천900명에 이르게 된다. 경북과 포항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과 같은 기준으로 100세 이상 고령자수는 각각 852명, 96명이지만 5년 후면 3천 954명, 459명으로 10년 후면 1만6천550명, 1천920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 불과 10년 후면 경북이 우리나라 전국과 비슷한 수의 100세 이상 고령자를 보유할 수도 있다. 문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닌 확대 속도다. 전국기준으로는 현재 100세 이상 인구수가 5년, 10년 뒤에는 각각 3.3배, 12배로 늘어나지만 경북은 4.6배, 19.4배로 포항은 4.8배 20.0배로 더욱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 수치는 사망률 등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화는 되겠지만 경북과 포항지역에 앞으로 10년간 100세 이상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은 2천 24시간에 이른다. 20세부터 직장생활을 했다면 60세 정년까지 40년간 일한 시간은 8만 960시간이나 된다. 우리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이다. 여기에는 인간으로서 생존해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먹고 자고 쉬어야만 하는 ‘생존시간’이 있다. 그리고 생존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직장생활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활동을 하는 ‘생활시간’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있다. 운동, 독서, 취미생활 등에 소비되는 자유시간은 대부분 젊을 때 많이 있었으면 하고 꿈꾸지만 이러한 시간은 정년은퇴를 하고 난 뒤 생활시간이 대폭 줄어야만 생겨난다. 일본 정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은퇴고령자들은 생존시간에 11시간 38분, 생활시간에 4시간, 자유시간에 8시간 22분을 배분한다고 한다. 우리라고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이 통계를 적용하여 60세 정년 이후 남성평균수명인 79.7세까지 19.7년간 확보하게 될 자유시간을 계산하면 5만 7천 524시간이 나온다. 이것을 직장생활로 환산하면 28.4년에 해당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까지 다녀온 다음부터 직장생활을 하였다면 직장생활기간은 35.4년으로 줄어들게 되므로 거의 평생을 보낸 근로시간과 필적하는 자유시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 건강하기만 하면 자신이 꿈꾸어왔던 그리고 생활시간으로 인해 아쉬웠던 시간을 새로운 분야, 새로운 지식습득, 새로운 활동에 기꺼이 쏟아 부을 수 있게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적용한다면 은퇴한 고령자라도 최소한 두 세 분야는 전문가로서 인생 100세 시대에 활동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제는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청년일자리는 미래다. 당연히 정책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현재는 100세 시대다. 충분한 이해력, 활동력과 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지닌 수십만의 100세 클럽 대기자가 존재한다. 2018년 9월 현재 경북의 60세 이상 고령자수는 73만 명, 포항은 11만 명이다. 이들이 단순한 보호복지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유시간을 가진 예비산업인력이며, 다양한 직업군의 훌륭한 교관들이다. 이들은 급여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100세 시대에 얼마나 의미있는 자유시간을 쓸 지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 분야에 걸친 정책적 재조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