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처리기한을 훌쩍 넘기고 타결된 내년도 예산안에 대구경북(TK) ‘홀대예산’이 결국 제대로 복구되지 못한 채 확정되고 만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이 예산을 왕창 깎이고 속앓이를 하면서 막판 심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리라 가졌던 기대가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역의 강력한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TK패싱 예산이 흐지부지 마무리된 것은 이 나라가 아직도 얼마나 불공평한 나라인지를 반증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6일 오후 예산안 처리에 대해 잠정 합의한 뒤 이를 추인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 결과 만장일치로 잠정합의안이 추인됐다고 양당은 전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결론 내리지 못한 일자리 예산과 법안, 남북협력기금, 공무원 증원, 4조원 세수결손 대책, 정부 특수활동비 예산 등 5대 쟁점은 여야 원내지도부로 공이 넘어간 상태였다. 민주당은 예산안조정소위 소소위에서 감액한 1조4천억원 규모 이외의 추가 감액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전체 예산안의 1% 정도는 통상 삭감한 전례를 거론하며 단기 일자리, ‘깜깜이’ 남북경협 예산 등에서 모두 4조2천억원 이상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구시와 경북도, TK 정치권 모두가 국회의 깜깜이식 예산심사에 속이 시커멓게 탔다.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 대상에 올랐던 노사평화의전당, 물산업클러스터 등이 삭감 논의대상에서 제외됐을 뿐, 예산증액 여부에 대해선 말 그대로 ‘깜깜이’ 상태였다.

여야가 법적 예산안 처리시한을 넘기고도 내년도 증액 규모를 곧바로 확정하지 않아 TK지역 예산확보 여부는 사뭇 오리무중이었다. 기획재정부도 소소위에서 TK지역 증액 예산 사업을 심의하면서도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TK예산은 큰 폭으로 줄었다. 2017년 예산과 비교해 볼 때 대구는 1조2천억원, 경북은 1조8천억원이 줄었다. 서울이 44% 경기 26%, 인천 33% 가량 늘어난 것과는 대조된다. 충청권과 호남권도 10% 정도가 늘어났다.

여야가 정치 쟁점들을 섞은 채 예산 심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지역 신규사업예산의 확보나 막판 증액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첨예한 예산 정국의 파장이 큰 틀의 쟁점에 묻히는 바람에 TK지역의 쪽박 예산을 보충하는 일이 무산돼버린 것이다.

국가 예산 운용에서 특정 지역을 현저히 푸대접하는 무리수는 또 다른 심각한 갈등의 독버섯이다. 위정자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 왜 승자독식의 못된 관행을 나랏돈 쓰는 일에까지 모질게 적용하나. 도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인가. 국회가 이 지경이면, 고질적인 특정 지역 왕따예산의 악순환 고리는 대체 누가 끊어내나. 한숨만 나온다.